[BioS] SCM생명과학, 줄기세포의 벽 '고순도 분리배양에서 찾다'

입력 2016-10-17 07:26 수정 2016-10-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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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FDA의 벽 넘지 못하는 이유 "순수 stem cell 아니기 때문"..99% 순도 분리배양기술 통해 저효능ㆍ고비용 문제 해결

▲송순욱 SCM생명과학 대표.
▲송순욱 SCM생명과학 대표.
"2nd Generation stem cell product."

송순욱 SCM생명과학 대표가 2013년 미국의 줄기세포 제조회사인 '피시티 칼라드리어스(PCT Caladrius)'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회사 대표인 로버트 프레티(Robert A. Preti) 박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SCM생명과학이 독자 확보한 성체줄기세포 분리배양기술에 대한 평가였다. 미국 재생의학연합(ARM) 회장이기도 한 로버트 프레티 박사는 이날 만남을 계기로 SCM생명과학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국내에 새로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작년과 올해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로부터 170억원(시리즈A·B)을 투자받으면서 외부에 이름을 알린 SCM생명과학이 그 주인공이다.

SCM생명과학의 핵심 경쟁력은 전세계 유일하다고 자부하는 '고순도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이다. 99% 순도의 성체줄기세포를 통해 낮은 효능과 높은 비용의 벽에 가로막힌 기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기업의 한계에 도전한다.

SCM생명과학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이식편대숙주병(Graft-versus-Host Disease, GVHD) 등 각종 면역질환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연이은 실패, '순도'의 문제"

SCM생명과학은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기업들의 실패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는 아직 허가받은 줄기세포치료제가 없다. 많은 줄기세포치료제 기업들이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오사이리스 테라퓨틱스(Osiris Therapeutics)는 2009년 FDA로부터 급성 GVHD 치료제 '프로키말'의 임상 3상 신청을 거절당했다. 이 회사는 결국 프로키말 허가를 위해 캐나다와 뉴질랜드로 눈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FDA 벽을 넘지 못한 오사이리스는 결국 호주 기업인 메소블라스트(Mesoblast)에 ‘프로키말’ 줄기세포치료제 사업을 넘기게 된다.

또다른 줄기세포기업 애서시스(Athersys)도 2014년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이 승인 요청이 FDA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애서시스는 새로운 디자인의 뇌졸증 임상 3상을 위하여 미국 FDA로부터Special Protocol Assessment (SPA) 허가를 받아 내년부터 다시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3상에 재도전하게 된다. 재도전 끝에 2년만인 지난달 28일 뇌졸중에 대한 임상3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무엇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효능(efficacy)이 가장 큰 문제였다. 줄기세포의 명확한 치료기전 역시 FDA에 설명하지 못했다.

송 대표는 '줄기세포의 순도'에서 해법 찾기를 시도했다. 기존 줄기세포 분리 배양방법으로는 순수한 'Stem cell(줄기세포)'이 아닌 여러 세포가 뒤섞인 'Stromal cell(기질 세포)'을 추출할 수밖에 없어 강력한 줄기세포의 효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지금보다 순도를 높인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해 환자에게 투입할 수 있다면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순도높은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면 치료기전을 밝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오사이리스의 줄기세포분리배양기술인 GCM(위)와 SCM생명과학의 SCM 비교. SCM생명과학.
▲오사이리스의 줄기세포분리배양기술인 GCM(위)와 SCM생명과학의 SCM 비교. SCM생명과학.
◇층분리배양법으로 99% 순도 줄기세포 배양

현재 대다수 기업이 채택한 줄기세포 분리배양법은 오사이리스가 개발한 '농도구배원심분리법(Density-Gradient Centrifugation Method, GCM)'이다.

GCM의 원리는 이렇다. 먼저 원심분리기를 통해 세포를 분리한 다음 항체나 FACS(액체상에서 부유하는 세포들을 분석, 선별할 수 있는 실험기법)을 이용해 세포를 선별한다. 이후 배양과정에서 배양기 바닥에 부착해 자라는 세포를 골라 대량배양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만으로는 줄기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들을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한다는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줄기세포외에도 혈관의 내피세포나 섬유아세포 등 부착돼 자라는 동일한 성질을 가진 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추출된 세포를 'Stromal ce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SCM생명과학이 개발한 것은 층분리배양법(Subfractionation Culturing Method, SCM)이다. SCM은 세포를 총 7단계를 이동시키면서 줄기세포만을 골라내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각종 테스트를 통해 줄기세포를 제대로 선별했는지를 확인한 후 사용한다.

SCM은 GCM에 비해 분리배양하는데 약 2주간 더 소요된다. 다만 자가가 아닌 동종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리배양 기간은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송 대표는 "층분리배양법을 통해 99% 순도의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면서 "(향후 진출할) FDA는 원리와 방식이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승인받기 쉽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분리배양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순도높은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면 각 세포를 테스트해 저마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면역질환치료를 위해서는 골수 유래 성체줄기세포가 가장 효능이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송 대표는 "세포군을 조사해보면 줄기세포마다 분화능력과 특성이 다르다"면서 "이를 확인해 우수한 성체줄기세포를 골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줄기세포치료제 기업들이 순도높은 SCM생명과학의 분리배양방법을 택하거나 기술이전을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이미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은 분리배양방법을 바꾸면 초기 임상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존의 방법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사이리스의 실패 이후 줄기세포치료제가 글로벌 신약개발 트렌드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CM생명과학은 독자적인 층분리배양법의 특허를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EU에서 확보했다.

◇성체줄기세포로 면역질환 어떻게 치료할까

SCM생명과학은 성체줄기세포 기반 기업이다. 성체줄기세포는 외배엽과 내배엽 사이에 있는 중간엽에서 유래해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s, MSC)로도 불리는데 골수나 지방 및 제대혈에서 존재한다.

성체줄기세포는 ‘사이토카인’, ‘케모카인’과 같은 다양한 성장인자들에 의한 주변 분비효과(paracrine effect)를 통해 특정 조직으로 분화를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면역관용이나 면역억제 작용을 하고 있어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유일하게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세포인데다 배아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 등과 비교해 암 발생 가능성도 없다는 점도 치료제로서 가지는 장점이다.

송 대표는 우리 국민이 줄기세포치료제에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투여만 하면 맞춤형 분화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일종의 '만능치료제'라는 편견이다. 더군다나 조직재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줄기세포를 넣어주기만 하면 세포들이 분화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실제 투여한 줄기세포가 연골이나 뼈로 되는 것도 아니고 줄기세포가 손상된 줄기세포를 자극해 조직을 재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면역질환 치료 기전. SCM생명과학 제공.
▲줄기세포를 활용한 면역질환 치료 기전. SCM생명과학 제공.
SCM생명과학은 성체줄기세포를 통한 면역질환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면역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분화 기전은 필요치 않다.

줄기세포가 면역질환을 어떻게 치료할까. 신경계와 면역계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외부의 스트레스나 자극 요인들이 뇌의 시상하부로 전달되면 자율신경계를 매개로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각각 아드레날린과 아세틸콜린에 의해서 활성화된다. 특히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림프구는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데 아세틸콜린이 분비되고 림프구의 수용체에 결합하면 활성화가 이뤄지고 림프구의 증식이 발생한다.

따라서 성체줄기세포를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세포로 분화시켜 면역 저하 질환자에게 적용하면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와 동일한 기능을 가지게 된 성체줄기세포로 인해 림프구의 증식과 활성화를 도와 치료효과를 내는 것이다.

GVHD는 골수이식을 통해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숙주를 공격해 발열, 발진, 범혈구 감소증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수혈된 림프구가 일반적으로 숙주의 면역 기전에 의해 파괴되는데 숙주의 면역이 저하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줄기세포는 이 저하된 면역을 회복시켜 줌으로써 환자를 GVHD에서 회복시킨다.

◇GVHD를 선택한 이유? "글로벌 우월성 입증"

SCM생명과학은 첫 임상 대상으로 이식편대숙주병을 선택했다. 올해 국내에서 임상 2상 승인신청을 받고 주요 6개 병원에서 2가지 제형(신선형, 동결형)으로 임상에 돌입했다.

GVHD는 골수이식에서 새로 이식한 세포가 이식받은 사람의 신체인 숙주를 공격해 환자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하지만 국내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아 국내 시장에서의 상업적 가치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이식편대숙주병(국내 질병분류 통계상 T86, 이식된 기관 및 조직의 실패 및 거부) 환자는 연간 1000여명에 불과하다. 연도별로는 2013년 920명, 2014년 986명, 2015년 1065명이다.

하필 왜 GVHD를 선택했을까. 송 대표는 "GVHD는 줄기세포로 글로벌에서 가장 많은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질환"이라면서 "현재 진행중인 임상과 비교해 SCM생명과학의 플랫폼 기술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층분리배양법을 이용한 GVHD 임상에서 경쟁사보다 확실한 효능을 입증해 낸다면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기술의 라이센스 아웃, 파이프라인 확대가 용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SCM생명과학은 일본에서 진행할 GVHD 임상 프로토콜을 기존 치료제와 비교가능하도록 설정했다.일본의 경우 올해 2월부터 이식편대숙주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동종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가 팔리고 있다. 일본의 제약사인 JCR파머가 메소블라스트로부터 도입해 ‘템셀-HS주(TEMCELL-HS)’이란 상품명으로 시판한 것이다.

▲메소블라스트와 SCM생명과학의 임상프로토콜 비교. SCM생명과학 제공.
▲메소블라스트와 SCM생명과학의 임상프로토콜 비교. SCM생명과학 제공.
SCM생명과학은 임상프로토콜의 투여 셀량(1X10의 6승 cell/kg)과 투여횟수(1주에 1회, 4주간)를 모두 메소블라스트 치료제의 50%로 설정했다. 절반의 투여량, 투여횟수만으로도 기존 치료제를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국내에서 모든 약제가 통하지 않아 죽음을 기다리는 18세 GVHD 환자가 응급임상을 통해 줄기세포를 투여받은 후(2회) 4주만에 퇴원한 사례도 있었다. 아토피 발기부전 발모 등 다양한 동물실험 모델에서 순도높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 일본의 경우 템셀-HS주를 8번 투여하면 비용만 1억원에 이른다. 단순 가정으로 템셀-HS주와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더라도 투여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크게 줄게된다.

SCM생명과학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CMO회사에서 임상시험용 파일럿 생산도 하고 있다.

SCM생명과학은 궁극적으로 GVHD 성공을 바탕으로 급성 췌장염, 간경변, 아토피, 당뇨 등까지 치료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우리가 가진 플랫폼 기술은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효과를 높이는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SCM생명과학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SCM생명과학 주요 파이프라인.
▲SCM생명과학 주요 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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