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시너가 오는 11월 선거가 끝나고 나서 트럼프 TV네트워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쿠시너는 미디어 업계에서 손꼽히는 딜메이커로 꼽히는 아례 부어크오프 라이언트리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했다. 한 소식통은 두 사람의 대화는 간단했으며 이후 진전된 사항도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의 TV방송국을 세우려 한다는 관측을 부인해왔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미디어업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잘못된 소문”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연예지인 배니티페어가 트럼프와 그의 자문들이 TV 방송국 설립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부어크오프와의 접촉은 쿠시너와 장인인 트럼프 모두 대선 과정에서 얻은 지지를 자산화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풀이했다. 특히 트럼프는 최근 수일간 주류 언론 매체들이 자신에게 편견을 갖고 부정직하고 왜곡된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 강도를 높여왔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11%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난 2012년 부티크 투자은행 라이언트리를 설립한 부어크오크는 여러 차례 미디어 부문의 대형 인수ㆍ합병(M&A)에서 자문 역할을 맡아왔다. 그가 관여한 미디어 부문 M&A 규모는 총 3000억 달러(약 340조 원)가 넘으며 이 중에는 리버티글로벌의 233억 달러 규모 버진미디어 인수와 버라이즌의 44억 달러에 이르는 아메리카온라인(AOL) 인수 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더 중요한 것은 부어크오크가 쿠시너의 친구라는 사실이다. 둘은 과거 함께 일한 적도 있다. 쿠시너가 4년 전 미국 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인수를 시도했을 당시 부어크오크가 자문 역할을 맡았다. 쿠시너는 현재 주간지인 뉴욕옵서버를 보유하고 있어 미디어산업에 발을 걸치고 있다.
다만 온라인 시대 케이블과 위성TV 방송국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TV를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인터넷방송 형태를 취하더라도 마케팅과 인재, 기술 확보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