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농성이 100일 째를 지나고 있는 갑을오토텍의 노사분규가 완화 국면을 맞이하는가 싶더니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인 갑을오토텍 사측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조의 공장 점거 농성 100일이 지나면서 매출손실액이 700억 원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또 7월부터 시작된 노조 파업으로 인해 생산라인이 가동 중지됐으며, 이로 인한 매출급감과 손익악화로 금융권들으로부터 대출금 변제상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찬희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사무장은 “사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직장폐쇄를 강행했기 때문에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며 “정확한 재무제표는 연말에 회사가 공개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자동차가 부품이 없어 출고 안한다는 말이 나오던가”라며 “쟁의 기간에 해당하는 매출을 계산한 것이 700억 원이고, 실질적으로는 회사 측이 협력업체나 경쟁업체에다 일을 줘서 불법대체생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대체 생산은 없었고, 협력업체의 생산도 현대차와 그들 간의 계약이지 사측이 얻은 이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갑을오토텍 노사분규는 뿌리가 깊다. 2014년 말 회사는 기존의 노조를 파괴 목적으로 군과 경찰 출신의 사원들을 채용해 2노조를 구성했다. 이 때문에 7월 사장은 법정 구속되고 이를 컨설팅한 노무법인은 등록이 취소된 바 있다. 노조의 투쟁도 격화됐다. 작년 10월부터 진행된 사측의 대체인력 생산에 대해 노조가 회사를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자 사측은 다시 직장폐쇄와 용역 경비 투입으로 대응했다.
현재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7월 8일부터 100일 넘게 생산시설 등 공장을 점거하고 관리직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면서 쟁의 중이다. 2015년 임금협상 중단에 이어 2016년도 임금협상도 어긋나 노조 측이 교섭결렬선언을 하고, 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를 해 7월 쟁의권이 발동했다.
손 사무장은 “회사가 노사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해서 2015년 이래 계속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6월 2일 조정 중지 이후에도 회사는 관리직을 90여 명 다시 채용해 대체생산을 지속했다. 쟁의기간에 채용해 생산을 하면 불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가 임금협상에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을 갖고 나와 폭력적으로 임금협상에 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분규가 지속됨에 따라 회사측은 지난 10일 2노조 조합원들을 다른 계열사로 전적시키며 한 발 양보했다. 이에 따라 노조 역시 13일 불법 대체생산 납품 의혹을 제기하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비정상적 국면의 조기 종식을 위해 2010년도 이전에 채용된 관리직 사원 78명의 출근을 허용한다”고 발표, 완화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관리직 출근 재개 후 2010년도 이전에 채용된 사원들도 출근하자 노조는 정문을 점거하고 이를 저지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가 관리직 직원이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것을 막아 정상적인 조업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직원의 출근마저 통제하려는 기도는 이제 노조가 공공연히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까지 탈취하려는 의도”라며 맞섰다.
지회측은 “사측이 노동조합법이 강행규정으로 금하는, 쟁의행위 중에 불법 채용된 사원까지 모두 들여보내려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갑을오토텍이 낸 보도자료에서 회사는 생산직 직원이 받은 지난해 평균 연봉이 8400만 원에 달하며 노조가 기본급을 15만 원까지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사무장은 “작년이 아니라 주간 연속 2교대가 시행되기 전인 2014년 기준 연봉”이라며 “당시 평균 근속 23년차 생산직의 연봉이 6000만 원이고 여기에 특근과 야간 수당 등이 합쳐져서 8400만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본급 15만 원은 경제지표 등 조사를 통해 금속노조 차원에서 정한 금액이며, 실제 협상이 진행되면 회사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서 5~6만 원 선에서 타결되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