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서 이뤄지는 정치권의 ‘새 총리 적임자 물색’ 작전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야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내각 통할의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8일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구체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새 총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의장과 여야 3당 대표 간 회동도 향후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럼에도 각 당에선 실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야당은 그동안 청와대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새 총리 인선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수용, 박 대통령 탈당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 가운데 사실상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인선 및 ‘내각 통할권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야당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조각권 등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할지, 박 대통령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인지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런 내용을 명문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한편에선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들을 단계적으로나마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국정공백 장기화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9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당장은 최순실 문제 때문에 여권에 포화가 집중돼 있지만,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민심이 언제 어디로 폭발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박 대통령도 반전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야에서는 새 총리를 물색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한 인사의 측근은 “몇몇 곳에서 이미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김 총리 후보자처럼 진보진영에 몸을 담았으면서도 이념적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은 인물을 물색 중이다. 김종인·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한덕수·정운찬 전 총리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후보군에 올려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재추천하자는 얘기도 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선 김종인·손학규 전 대표를 두고 주류인 친노계가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고건·이해찬 전 총리 등의 이름이 주로 거론된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손 전 대표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몇 차례 손 전 대표에게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냈던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가 총리를 맡을 경우 국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