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던 채권 금리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 트럼프 당선여파가 진정되며 국내 채권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다만,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는데다, 일본 채권 금리까지 오름세를 보이며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4bp(1bp=0.01%p) 오른 1.689%에 마감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값어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채 5년물은 4bp 뛴 1.827%, 10년물은 4.1bp 오른 2.084%로 장을 마쳤다. 국채 20년물은 1.9bp 상승한 2.14%를, 국채 30년물은 0.9bp 오른 2.156%를, 국채 50년물은 0.1bp 상승한 2.15%를 기록했다.
미국 채권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며 국내 시장 역시 안도감을 내비쳤다. 전날 미국 국채 10년물은 4.25bp 하락한 2.2207%에 장을 마쳤다.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 국고채 역시 오전까지만 해도 강세를 보였다. 11시 30분 기준 3년물은 전일대비 0.7bp 하락한 1.628%에 거래됐고, 10년물 금리는 1.1bp까지 내렸다.
무엇보다 트럼프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했다. 미국 현지에서 트럼프에 대한 공약들의 이행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나왔다. 공약이 실제 정책 집행까지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약의 공격성이 희석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게다가 17일 예정된 옐런 미국 연준 의장 연설과, 이달 말 있을 오펙 회의 결과를 확인하자는 심리에 따른 관망 움직임도 나타났다.
하지만 오후 들어 채권시장은 약세로 돌변했다. 장중 일본 금리 상승에 영향받아 국내 채권금리도 일제히 오름세로 전환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국채 금리 상승과 본드스와프에서 손절성 물량 출회로 국내 채권시장이 약세로 전환했다”며 “일본 국채 10년 금리가 장중 0.04%까지 오르는 등 상승흐름을 이어가면서 국내 시장의 투자 심리가 재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던 채권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발 인플레이션 기대가 생긴 상황에서 12월 미국 금리 인상까지 앞두고 있어 급히 방향을 틀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폭이 축소될 수 있어도 채권시장에선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한은의 직매입 기대감도 있었지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개입에 대한 기대감도 다소 사그러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재균 연구원은 “10년물 기준으로 2.20~2.30%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며 “다만 12월 금리 인상 이후 방향성을 다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