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부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셔 부의장은 21일(현지시간) 뉴욕 연설에서 재정정책이 연준의 부담을 덜어 줄 수도 있다며 생산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거시경제 정책이 통화정책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며 “특정 재정정책, 특히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정책은 경제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제고를 도울 수 있는 조치로는 인프라 지출과 교육기준 개선, 더욱 효율적인 규제 등을 언급했다.
피셔의 발언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미국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과 맥락을 같이한다. 트럼프 체제 하에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해 논평을 한 것이라고 FT는 풀이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지난주 “뚜렷한 목표가 설정된 인프라 지출과 규제환경의 변화, 세제 개혁 등은 생산성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더 많은 국내 투자를 촉진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가속화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지만 피셔 부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 과정이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삶의 질 개선과 임금인상, 건전한 공공재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셔 부의장은 “최근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미국 경제가 직면한 장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라며 “지난 10년간 생산성 향상속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성이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면 삶의 질과 임금인상, 경제정책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처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정책수단을 사용하는데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는 독립성은 경제 운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연준 이사 2명을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옐런은 지난 17일 상ㆍ하원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국가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