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증권시장은 개장초부터 대량의 팔자 주문이 쏟아져 뉴욕의 주가는 그날 하루 동안 폭으로는 508포인트, 비율로는 전일대비 22.6%가 폭락했다. 세계 대공황의 계기가 된 1929년 10월24일의 뉴욕증권시장의 대폭락을 상회하는 폭락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 포탈사이트의 백과사전에 20년 전 '블랙먼데이'를 소개한 문구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지난주 19일 미국 다우지수는 366포인트(2.6%)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블랙먼데이 20주년'과 같은 기념비적 문구를 써가며 마치 20년 전과 같은 폭락장이 재현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그런 논리로 따지면 지금 상황에서 20년 전과 같은 폭락세를 경험하려면 다우지수는 최소 3000포인트 이상 떨어져야 한다.
또한 매년 '블랙먼데이'에는 20년 전과 같은 폭락장이 서야하지만, 지금까지 10월 19일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던 날은 2004년 58.7포인트가 전부다.
따라서 지금의 하락세는 20년 전 '블랙먼데이'와 비교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즉, 지난주 미 증시의 하락은 9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의 고공행진과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란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은 이런 원인보다는 '블랙먼데이'의 악몽으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로 장중 1870선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때 개인은 매수세로 돌아서기도 했으며 외국인의 매도세 역시 과하지 않아 1900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오늘의 지수 하락은 심리적인 부분이 커 거품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또한 이번달 말에 있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전고점을 향해 급속도로 돌진하기 보다는 조금은 완만한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위원은 "시장은 오늘과 같은 과대한 낙폭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번달 말에 있을 미 FOMC회의에서 금리인하 결정이 나오기까지 옥신각신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게다가 이번주에 미국에서 9월 주택관련 지표가 발표되는데 이를 계기로 시장은 금리인하를 더욱더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1870선에서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급상승을 보이기보다는 FOMC회의 이전까지 완만한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 임동민 연구원도 "지금의 조정을 우려하기보다는 기회로 엿보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며 "국내 주식형 펀드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유가와 환율도 나쁘다고만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번달 미국에서 발표할 금리인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증시의 고평가 문제가 대두되고는 있지만 이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며 또한 국내 경기와 기업실적이라는 강력한 주가 상승 모멘텀에 의문을 갖기 전까지는 증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 역시 "앞으로 조정의 깊이는 더 깊지 않고 1870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며 "조정시 기존 주도주에 대한 저가 매수 전략이 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연구원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유효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에 저점 확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며, 조정 이후 반등 구간에서는 기존 주도주에 관심을 두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리인하와 관련해서 서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고유가를 유지시키는 자금을 제공하는 원인이 될지라도 금리인하만이 불안해진 투자심리를 추스를 수 있는 방책일 것"이라며 "만일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된다면 지난 주말의 조정은 시간을 두고 만회해 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