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좀 주오~ 목마르오~] 경(經)을 알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입력 2017-01-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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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외교관과 경제인들이 보는 잡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며칠 전 ‘경제적 재앙 속에 놓인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내놓았다. 제시된 근거는 크게 5가지였다.

첫째, 한국 경제는 수출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 수출의존도가 2012년에 56%를 기록했다가, 2015년 46%로 내려앉았고 2016년에는 더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13%, 일본 18%, 중국은 22%만 수출에 의존하는 데 반해 한국은 내수시장이 매우 열악해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보호되는 내수시장과 달리 수출은 글로벌 소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외 시장 점유율은 △변화하는 세계인의 기호 △새로운 경쟁자 △싼 값의 모조품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해외시장에서 롱런하는 수출품은 이탈리아의 예술품, 인도네시아의 사향 고양이 커피, 또는 스위스 은행처럼 다른 나라에서 복제하기 힘든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인 반면, 한국의 모든 수출품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둘째, 한국 기업은 다음 세대 혹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안 하거나 못하고 있다는 것. 기술강국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클린 에너지 분야에서 완전히 뒤처져 있다는 점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셋째, 한국 기업들은 GDP의 171%나 되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미국(304%), 중국(169%)과 비교해 그다지 큰 위험은 없어 보이지만, 3년 내에 부채를 갚을 길이 없는 좀비기업들이 부채의 많은 부문을 이루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삼성조차 1년 수익의 146%에 달하는 290억 달러의 부채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한국은 금리 인상에 너무나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많은 부채를 갖고 있는 것은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더욱 심각한 것은 한진 등 다른 부실한 그룹들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높은 부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넷째, 앞의 세 가지 문제의 배경에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정부가 빈약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업의 부채정책을 아주 느슨하게 했고, 이는 주로 부동산 정책으로 이어져 전통적으로 부동산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롯데, SKT,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전부 자기 회사 로고로 부동산 장사를 한다며 기업 부채를 대폭 늘리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금리가 인상되거나 새로운 살길을 찾지 못할 경우,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도 매우 열악해 경제가 수학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별한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섬뜩한 보고서를 보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좋아하는 우리의 정부 책임자들은 과연 경제가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경제(經濟)의 經은 실 사(絲)변에 졸졸졸 흘러 모이는 것을 상형화한 글자이다. 샘물 정(井)-실개천 영(榮)-그렇게 머물 유(兪)-졸졸 경(經)-모일 합(合)으로 물줄기가 변한다는 의미이며, 쉽게 표현하면 계(谿)-천(川)-강(江)-하(河)-해(海)의 순서가 된다. 결국 경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국민 개개인이라는 샘물에서 돈이 퐁퐁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지역사회에서 실개천처럼 흐르고, 다시 기업들에 의해 강이 만들어진 다음, 경(經)을 다스리는 제(濟)를 해야 큰 바다를 이루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분들은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샘이 말라가는데, 샘을 깊게 할 정치보다는 말라가는 샘에 물을 넣어주겠다는 헛된 공약만 내놓는다. 그것은 답이 아니다. 2017년부터라도 많은 연구와 고민을 통해 마르지 않는 깊은 샘을 만들어주든지, 샘물을 쓸 안목 있는 지도자를 찾는 것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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