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 이번주 내 국내 상륙...‘공급 과잉’ 美양계업계도 숨통

입력 2017-01-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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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계업계가 국내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란대란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미국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계란값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폭락했는데, AI로 계란 품귀 현상이 벌어진 한국으로 남아도는 물량을 수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AI 발병 이후 국내에서는 가금류 재고량의 4분의 1이상인 약 2600만 마리의 조류가 살처분됐다. 살처분된 조류 대부분은 알을 낳는 암탉이었다. 이에 지난달 18일 AI가 발병한 이후 국내에 유통되는 계란 값은 거의 25%가 뛰었다. 30개짜리 한 판의 평균 소매가는 6781원(약 668달러)로 3년 만의 최고치로 뛰었다. 월 기준으로는 10년 만의 최고치였다.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계란 구매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부족한 물량을 벌충하고자 미국 스페인 뉴질랜드 등지에서 육계와 계란 수입을 추진, 첫 수입산 계란 약 164만 개가 이번 주 중에 들어올 예정이다. 신선란 29개 수출작업장과 알가공품 4곳의 수출작업장 등록이 이뤄짐에 따라 계란 수입이 가능하게 됐고, 당장 1개 수입업체가 미국 측과 공급계약을 마쳐 164만 개의 계란을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이는 계란이 처치 곤란인 미국 양계업계에도 희소식이다. 미국 농무부(USDA)의 ‘미국 계란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미국 내 식용계란 생산량은 74억4000만 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것으로 미국에서 AI가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15년 2월 이후 최대치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2015년 AI 발생으로 인한 계란 부족을 만회하고자 새 양계법을 시행했다. 양계장 평균면적을 기존보다 76% 넓히도록 한 것으로, 이에 많은 양계업자들이 수백만 달러를 들여 새 시설을 짓거나 사육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수요는 감소하는 가운데 새 양계법으로 생산량이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지난달 초 미국 내 일부 지역 소매점에서는 계란 도매가격이 12개들이 한 판에 45.5센트(약 55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생산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에서 발병한 AI가 일본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까지 발생하면서 남아도는 미국산 계란들이 새 판로를 찾게 됐다. 덕분에 미국 농무부와 양계업계는 이번 연말 연시 휴일도 없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일했다. 애리조나에 있는 계란 가공업체인 힉크먼스 에그스의 글렌 힉크먼 최고경영자(CEO)는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중개업체들로부터 한국으로 수출할 미국 계란 업체를 찾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등 계란 대란이 이는 나라로 수출할 계란 좀 구할 수 없겠냐는 전화와 이메일이 매일 폭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계란가격조사업체인 어너배리의 브라이언 모스코지우리는 “현재 상황은 미국의 계란 공급 과잉을 끝낼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대부분이 흰색인데, 한국에서는 알 껍질이 누런 색을 선호한다는 점이 걸린다. 이는 한국인들이 앞으로는 수입산 흰 계란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가금류 및 계란수출위원회의 짐 섬너 위원장은 “한국인이 갈색 계란을 선호하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대부분 흰 계란을 생산한다”면서 “그들이 말했다시피, 한국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못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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