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법조 선배와 한 대화가 문득 기억난다. 그 분은 부장검사를 하다가 퇴직 후 개업하신 변호사였다. 당시 어느 회사 사장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사건을 담당하고 계셨다.
“왜요?”
“웬만하면 다 횡령·배임이야.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불가피한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데, 그런 고려는 검찰이나 법원이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아.”
“선배님도 검찰 계셨을 때 많이 구속시키지 않으셨어요?”
“그 땐 몰랐어. 회사 운영하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줄은. 하여튼 법 바꿔야 해.”
몇 년 전 이야기지만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대화다. 이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항상 교도소 담벼락 위에 서 있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자신의 자금 또는 부모나 친구 등의 도움으로 회사를 운영할 경우와는 달리 현재의 거의 모든 기업들은 금융권 또는 주식시장으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자신의 재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자금이란 쉽게 말하면 ‘빚’이다. ‘빚’은 곧 남의 돈을 뜻하는 것이므로 여기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자금의 명칭이 ‘대출’이든, ‘투자금’이든, ‘융자금’이든 상관없이. 즉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실패하면 다수의 개인 또는 법인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법의 잣대가 엄격한 것도 이러한 피해에 대한 책임추궁의 성격을 띠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제 시작단계인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투자의 경로나 그 규모에 대한 고민을 늘 해야 한다. 최초 엔젤투자자와 같은 소규모 단계에서, 일정 시점이 경과한 이후 벤처캐피탈의 투자단계에서, 2차 투자 또는 최종 IPO 단계까지 남의 돈이 스타트업에 들어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창업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수의 창업자들과 다른 미꾸라지들도 있다. 현 정권에서 후원했던 ‘창조벤처 1호’의 대표가 170억대의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는 깊은 한 숨이 나왔다.
일부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을 엄청난 로또로 여기는 것 같아 걱정이다. 로또는 우연에 불과하지만 스타트업은 창업자와 그 동료들의 눈물과 피와 땀의 결실이다. 그냥 가만히 추첨일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꽃이다.
자신의 노력은 물론 ‘남의 돈’이 투입되는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가지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 이는 사업을 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 덕목이다. 남의 돈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