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부회장의 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이다. 삼성 측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도 뇌물공여 혐의에 포함됐다.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낸 피해자라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 단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 이 출연금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대상으로 봤다. 이 경우 돈을 건넨 쪽은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특검은 2015년 삼성그룹 현안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단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예고했다. 특검은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관련 정황이 포착되면 기업 관계자들을 줄소환할 방침이다. 삼성을 수사하면서 재단 출연금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 검토를 끝냈기 때문에 다른 기업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음 수사대상으로는 총수 사면, 면세점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SK, 롯데, CJ 등이 거론된다.
특히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검이 도입되는 바람에 기소하지 못한 대상으로 SK를 지목한 바 있다. SK는 최태원(57)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재단 출연금 111억 원을 낸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이같은 정황이 담긴 최 회장의 구치소 접견 녹취파일에 이어 안종범(58) 전 정책조정수석이 기업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의 물적 증거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 수사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