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우리나라의 손실이 4년간 최대 1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한·미 FTA 폐기 및 재협상,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며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6대 국정(國政) 기조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했던 한·미 FTA도 재협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연구원은 당장 트럼프 정부가 올해 한·미 FTA를 폐기해 관세 수준이 FTA 이전으로 오를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연간 약 32억 5000만 달러(약 3조 8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간 대미 수출 총액의 5%가량으로, 2020년까지 4년간 손실을 추정하면 총 130억1000만달러(약 15조 3000억 원)다. 대미 수출 손실에 따른 국내 고용 감소분은 연간 3만 2000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취업자 증가 29만 9000명의 10.7%에 해당한다.
중국이 미국의 최우선 표적이 될 경우 이는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소재·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 기업이 이를 가공해 미국에 파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중국 수출은 1.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작년 대중 수출이 1244억 달러(약 146조 2900억 원) 규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18억7000만달러(약 2조 1991억 원)가 줄어드는 셈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 증가, 비관세 장벽 강화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선제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이 84.8%(2015년)로 중국(41.2%), 일본(36.8%)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자칫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