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가 고용 창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석유산업에서 4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나 로봇 등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이들 일자리의 3분의 1에서 절반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에너지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에 찬 계획도 로봇에 의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멕시코만의 석유시추선 근로자였던 마크 로저스는 로봇의 도입으로 트랜스오션에서 해고됐다. 그는 다시 석유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지만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첨단장비 취급 산업 근로자 훈련 전문업체인 유데미의 데니스 양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 시추와 유전 관리 등에서 대형의 복잡한 장비에 의존한다”며 “이에 특히 로봇 자동화의 혜택을 받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주 빅토리아대학의 도널드 맥레인 산업프로그램부 회장은 “이전에 근로자들은 렌치와 튜브벤더로 가득 찬 공구함을 들고 다녔지만 이제 주요 공구는 노트북이 됐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제임스 웨스트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기업들이 호황기에 별다른 걱정 없이 직원을 너무 많이 채용했다”며 “2년 반의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기업 경영진은 인간의 노동력과 자동화 기계를 섞는 것을 고려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정치적 환경에서 기업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결국 비용절감기술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로저스는 “현대 기술이 훌륭하지만 사람을 제거할 수는 없다”며 “누군가는 로봇 작동에 오류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켜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육상 석유시추업체 네이버스인더스트리즈는 자동화에 시추전 한 곳당 가동인원이 현재 20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넷 막스 에어스위프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소프트웨어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등의 영역에서 석유기업들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이들 업체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선택적으로 직원을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는 한정적이라는 얘기다.
영국 석유대기업 BP의 아흐메드 하쉬미 업스트림(원유 탐사에서 시추, 생산에 이르는 단계) 기술 대표는 “시추는 물론 업스트림 전반에서 자동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가장 큰 것은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엔지니어가 책상에서 유정을 설계한 뒤에 버튼만 누르면 자동화된 시스템이 공급업체에 필요한 장비를 식별하고 3D 설계도를 생성해 현장에 지침을 내려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