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생명이 ‘삼성 금융’의 핵심조직으로 떠올랐다.
삼성생명은 지난 1957년에 설립돼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삼성의 금융계열사다. 주요 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76%), 삼성물산(19.3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0.06%)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전실 해체로 미전실 소속이었던 ‘금융일류화추진팀’도 와해 수순을 밟았다. 해당 팀에서 근무했던 임영빈 부사장을 비롯해 팀원들은 소속 회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삼성생명이 금융일류화추진팀 구실을 할 만큼 입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은 그동안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차세대사업 등 경영전략을 이끌어온 조직이다. 삼성의 주요 금융계열사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이 있다.
삼성생명 본관 건물 매각과 같은 사업적인 측면부터 삼성금융지주사 전환 작업까지 삼성금융의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보험업계에 새롭게 적용되는 신회계기준 IFRS17 도입에 대한 준비도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주도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일류화추진팀은 삼성금융계열사 인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금융사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조직돼 있지만 실질적인 인사는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계열사 대표이사ㆍ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이에 삼성생명 대표이사의 권한과 삼성생명 이사회 영향력이 이전보다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보험업계 법률전문가는 “지주사를 만들면 지주사가 계열사 인사 문제를 관할할 테니깐 당장은 아니겠지만 삼성생명이 사실상 금융계열사 인사를 정하고, 이사회에서 이를 결정하는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은 당분간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너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당분간 삼성은 오너일가의 재판 준비 및 무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고, 3월 예정된 그룹 쇄신안 이행에 집중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