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세대(G) 이동통신 시대를 앞두고 세계 각국이 겉으로는 국제 공조를 내세우지만, 기술표준 선점을 위한 물밑 각축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토가 넓은 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표준화 선도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미국 선도 통신 업체 및 제조업체로 구성된 조직인 ‘5G 아메리카’이사회 멤버로 선임됐다. 5G 아메리카는 유관된 기업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단체로 AT&T·에릭슨·인텔·T모바일 등의 업체가 이사회로 있는 조직이다. 5G아메리카는 LTE무선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미주 지역의 네트워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및 무선으로 연결된 장치 전반에 걸쳐 5G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백악관 주도로 설립된 차세대 통신기술연구 추진단(AWRI)에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5G 이동통신은 4G보다 1000배 빠른 미래 기술로, 2020년 상용화돼 4G 시장을 대체할 전망이다.기술 표준이 정해지면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사부터 단말기 제조사, 통신 장비 회사까지 기술표준을 따르게 된다. 이 때문에 5G 세계 표준에 자국 기술을 많이 편입시킬 수 있는 나라의 기업이 차세대 통신 관련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이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협력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차이나모바일 등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서 나라별로 한정된 인원만 초청한‘글로벌 5G 테스트 서밋’을 열었다. 행사에는 일본의 NTT 도코모, 영국의 보다폰, 유럽의 에릭슨, 미국의 인텔과 에이티앤티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해 5G 표준화를 논의했다. 한국 기업들은 참석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중국이 제안한 ‘IMT-2020’을 5G의 공식기술 명칭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물론 삼성전자는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업체와의 협력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5G 표준을 한·미·일 3국은 28GHz 대역을 밀고 있지만 중국은 5GHz, EU는 70GHz 이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삼성은 미국과의 협력 관계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아메리카가 ‘3GPP’ 같은 표준을 주도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5G 관련 소속된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단체”라며 “미국 법인의 실무자가 이사회 멤버로 영입됐고, 커뮤니케이션 통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