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상장 60여년 만에 증시에서 간판을 내렸다. 2009년 12월 29일 유가증권 시장에 재상장한 지 8년 만이다. 1988년 한진해운과 합병한 대한해운공사 상장 시점인 1956년 3월을 감안하면 60여년 만에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때 4만 원대였던 한진해운 주식은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됐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의 파산선고를 받은 한진해운은 지난달 23일부터 7거래일 동안 상장폐지를 앞둔 기존 주주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유 중인 주식자산의 유동 기회를 부여하는 정리매매를 실시했다. 정리매매 기간 동안 한진해운은 780원에서 12원으로 98.46% 떨어졌으며 익일 상장폐지됐다.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보통 상장폐지 종목들이 정리매매 기간 80~90%가량의 주가하락을 보이긴 하지만 한진해운의 낙폭은 특히 컸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허탈감과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부 상장폐지 종목이 정리매매 기간에 보였던 이상 급등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정리매매 기간 내내 적게는 28%에서 많게는 68%의 낙폭을 기록했다. 정리매매 주식으로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가 없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투기성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비교적 분위가 차분했다”며 “한진해운의 청산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데다 관련 시장 안내가 여러 차례 이뤄진 결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때 한진해운은 세계 7위 규모의 해운사로 이름을 날렸다. 2010년 매출액은 9조6252억 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6867억 원이었다. 2011년에는 장중 4만19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해운경기가 극도로 악화되기 시작되면서 엄청난 적자로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매년 쪼그라들었다. 주가도 장기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법정관리가 시작되면서 1240원이던 주가는 단숨에 33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한진해운과 해운 업황의 기사회생을 믿었던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큰 손실을 입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진해운의 소액주주는 5만3695명으로 이들이 전체 상장주식의 41.49%인 1억176만1527주를 보유했다. 이날 온라인 주식 게시판 이곳 저곳에는 “그래도 한진의 이름값을 믿었는데 망할 줄은 몰랐다”, “90% 넘는 손실을 입었다” 등 투자자들의 한탄 섞인 게시물이 적지 않게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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