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그룹의 대표주자를 꼽으라면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대표기업 역할을 맡고 있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 가전 등을 통해 최전방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에는 전자 회사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계열사들의 기술력이 집결돼 있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와 접점이 있는 ‘전자’ 회사와 제품 속 부품을 만드는 ‘후자’ 부품사들은 ‘운명 공동체’일 수밖에 없다.
삼성과 LG 후자들은 모두 차별화된 기술력과 사업 다각화로 최대 고객사인 전자 회사의 실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후자’들의 실적은 각자 영위하고 있는 다른 사업의 업황에 따라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호실적 바탕으로 영업익 9조 돌파…나홀로 ‘승승장구’
‘SDI’ 갤노트7 사태 여파 부진 늪 허덕 ESS 사업 경쟁력 확보 실적개선 기대
◇삼성전자 ‘승승장구’… 삼성 후자 “적자만 벗어나자” =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이슈를 딛고 반도체 호실적을 바탕으로 영업이익 9조 원대를 돌파했다. 올해 1분기에도 최순실 국정 농단 이슈와 관련된 오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9조 원대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이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사들은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곤 ‘갤럭시노트7’ 단종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되며 부진이 더욱 깊어졌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5조2008억 원, 영업손실 9263억 원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은 31.3% 줄었고 손실 규모는 15배 늘어났다. 매출의 65.8%를 차지하는 전지 부문이 3년 연속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올해 1분기에도 약 4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돼 지난해 4분기(-580억 원)보다는 다소 개선되겠지만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갤럭시S8’에 배터리 정상 공급이 예정되면서 삼성SDI는 올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탈(脫) 삼성전자’를 외치며 고객사를 확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짜왔던 노력이 올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수직계열화되지 않은 별도의 사업 분야이자 삼성SDI의 신성장동력인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경쟁력 확보를 통해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2012년 ESS 사업 시작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부터는 고용량·고출력 ESS 신제품을 공개하며 유럽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중대형 전지 부문은 올해도 22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유럽 자동차 업체 등 신규 고객사 확대로 올해 적자 폭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실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품사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따라 삼성전기도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24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전략 거래선 수요 감소 및 경영 효율화 비용 등으로 전년 대비 92%나 감소했다. 2016년 총 매출은 전년 대비 2.3% 줄어든 6조330억 원이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매출 1조3450억 원, 영업손실 465억 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는 300억~350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겠지만 전년 동기(429억 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갤럭시S8’ 시리즈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모듈 등 부품 초도 물량 공급과 신규 스마트폰향 부품 공급이 반영되면서 흑자전환에는 성공하겠지만 다소 아쉬운 수치다. 경쟁사인 LG이노텍이 올 1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수치다. 하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삼성전자가 내놓을 ‘갤럭시노트8’에 듀얼카메라를 탑재한다는 가정에 기인한다. 삼성전자의 전략에 따라 실적 전망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도 꾸준히 고객 다변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듀얼카메라 모듈 출시와 함께 중국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등 중화권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샤오미·화웨이 등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하며 고사양 카메라 모듈을 잇따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섰다.
삼성전기는 이와 더불어 자동차용 부품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 매출은 사업이 시작된 2013년 대비 4배가량 늘었으며 올해는 이 분야에서만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부진 등 영향 작년 4분기 영업익 6년 만에 적자전환
‘이노텍’은 같은 기간 사상 최대 실적 ‘디스플레이’도 1분기 영업익 첫 1조 전망
◇LG전자 스마트폰 ‘주춤’… LG 후자 ‘콧노래’ = LG그룹의 대표주자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스마트폰 ‘G5’의 판매 부진의 여파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 사업부의 구조 조정 탓에 전사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올해부터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이달 선보인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6’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고 가전을 담당하는 H&A, HE 사업부 역시 실적을 올리고 있어 올 1분기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70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를 최대 고객사로 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LG전자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되기 마련이지만, 이들 기업은 차별화 제품 전략과 시장선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LG전자와는 별개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선전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연간 수익성은 반토막 났다. ‘LG G5’의 부진으로 작년 3분기 수익성이 급감한 것이 연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LG전자에 의존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LG이노텍은 중국·북미 등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경북 구미에 카메라모듈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2644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독점 공급하기 시작한 애플 듀얼카메라 모듈에 대한 투자로, 증설 완료 목표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애플은 현재 1개 모델에만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는데, 듀얼 카메라 탑재 모델을 늘리고 안면 인식과 관련된 새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G이노텍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듀얼 카메라가 확산되면 기존 카메라 모듈에 비해 렌즈 수요가 2배 증가하고, 전후면 카메라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듀얼 카메라는 넓은 각도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데다 빛이 적을 때도 비교적 또렷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LG전자와 애플이 각각 G6와 아이폰7 플러스 등에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LG이노텍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장부품의 견조한 실적 성장 속에 감가상각비 감소세가 지속되는 LED사업부 적자폭 감소가 예상되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2017년 영업이익은 36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4.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 상반기 실적 개선은 애플에 공급하는 듀얼 카메라 물량이 견조하고 2016년 적자를 기록했던 사업(HDI, LED, 터치패널)에서 원가 개선으로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흑자전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LG전자와는 달리 올 1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기준 ‘1조 클럽’에 가입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증권가는 LG디스플레이가 올 1분기 1조455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9043억 원을 기록하며 2015년 1분기 이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지 단 1개 분기 만에 이를 경신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4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했다며 잔을 들었지만, 올해는 1개 분기에서 연간 영업이익을 모두 거두게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의 모바일용 패널 수요가 약화되고 전통적인 비수기 진입에 따라 패널 판매 역시 둔화되는 상황임에도 대형 TV용 패널가격 상승과 IT용 패널 가격 강세로 이러한 장애물을 상쇄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형·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패널 판매 호조와 OLED 부문의 원가 개선 등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