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2017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를 발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1위 갑부는 ‘윈도 아버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였다. 게이츠의 경우 최근 23년 중 18차례나 세계 부자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위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었다. 3~5위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패션 브랜드 ‘자라’로 유명한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모두 ‘억’소리 나는 갑부들이 차지했다.
올해도 별다를 것 없어 보였던 억만장자 순위에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CNBC는 다섯 명의 갑부 모두 한 집안의 ‘가장(家長)’이라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게이츠는 슬하에 1남 2녀, 총 세 명의 자녀가 있다. 버핏과 오르테가 회장도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베조스는 4명 다둥이 아버지이고 이들 중 가장 ‘젊은 아빠’ 저커버그는 딸 1명을 두고 있으며 둘째 딸 출산을 앞두고 있다.
흔히 일과 가정, 일과 육아는 양립하기 어려운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야근이 일상이다 싶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도 예외일 수 없다. 결혼은 하되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를 일컫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과 가정 동시에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의 저자 스티브 시볼드는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것과 행복한 가정생활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슈퍼 리치들은 이미 두 가지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일반 사람들은 반드시 둘 중의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富)가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의 대가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가족을 변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신 성공의 중요한 동기로 삼아 그것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을 얻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고백하는 슈퍼 리치도 있다. 저커버그는 2015년 첫째 딸 맥스를 얻고 “아이를 갖게 되면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드라마틱하게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맥스 출산 이후 회사의 육아 휴직을 전면 수정하고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지분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