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8호선 일부 역사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화재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서울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달간 실시한 '역사 내 상가 및 승강기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서울메트로 및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도시철도 1~8호선 역사 중 이용시민이 많으면서 신규 상가와 승강기 설치공사가 많은 30개 역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5∼8호선 40개 역사 승강장 스프링클러는 설계·시공 과정에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부품인 '꺾임관'·'분기배관'의 수량을 멋대로 줄이거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8개 역사 스프링클러의 성능이 화재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시공자는 발주청의 승인 없이 소방배관을 계획과 다른 제품으로 바꿔 품질이 떨어지게 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시 감사위원회는 공사감독자 등 6명에 대해 '문책' 조치를 하게 했고, 공사관계자 6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또 시공자에게는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라고 했다.
시 감사위원회는 "지하철 1∼8호선은 전기설비나 소방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비상대응 훈련을 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면서도 "일부 역사는 여전히 안전관리나 시공관리를 소홀히 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는 적발한 25건 가운데 22건은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20건은 해당 기관에 시정·주의요구 처분을 내렸고, 12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자에게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비교적 가벼운 5건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문제를 고쳤다.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상가 진열대는 지하도 상가와는 달리 화재 안전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각 지하철 공사에서 사규를 고쳐 준불연재 이상의 성능을 갖추도록 요구했다.
또 일부 직원들이 폭발물·독가스 테러대응 훈련에서 비상대응 현장조치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시 감사위원회는 매뉴얼을 실효성 있게 개정하고 철저히 숙지하도록 했다.
박동석 서울시 안전감사담당관은 "도시철도 역사 등 다중이용시설은 안전관리를 자칫 소홀히 할 경우 대형 인명․재산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현장 위주의 감사를 실시해 시민의 안전 기대수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