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29억 달러(약 3조2233억 원)에 인수할 당시만 해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전체 레노버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PC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어 레노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고, 모토로라 인수가 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모토로라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조상격으로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스마트폰 제조회사였다. 당시 모토로라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뒤를 이어 전 세계 출하량의 6.9%를 차지했다.
그러나 레노버의 장밋빛 전망은 비켜갔다. 작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레노버는 3.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레노버의 작년 4분기 (2016년 10~12월) 스마트폰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21억8000만 달러였다. 7분기 만의 적자였다. 레노버의 안방인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한 게 원인이었다.
레노버의 양 위안칭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위안칭 CEO는 모토로라 인수 당시 협상에 직접 나설 만큼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그 결정이 화근이었다. 레노버는 모토로라의 브랜드 인지도를 발판삼아 신흥국을 공략하려 했다. 낮은 가격대의 레노버 스마트폰 사업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의 모토로라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으나 전략은 들어맞지 않았다. 인수 뒤 PC 사업부 임원을 스마트폰 사업부 요직에 앉힌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뒤늦게 레노버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스마트폰 사업에 정통한 전문가로 간부를 물갈이했다.
중국 IT 업계에 정통한 한 애널리스트는 “경영진 교체만으로는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며 “PC로 돌아가 발판을 다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레노버는 후지쯔의 PC사업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PC 사업 인수설도 제기된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레노버는 PC 사업에 기대는 것만으로 비전을 그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위안칭 CEO는 “PC, 스마트폰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AI)과 빅테이터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미래 비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