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1)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그룹 부회장이 7일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 자신의 1차 공판을 위해서다. 그는 직업을 묻는 재판장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직업과 등록기준지를 묻는 인정신문에도 하나하나 침작하게 답했다.
수의 대신 회색 양복에 흰 셔츠를 입은 이 부회장의 오른쪽 가슴에는 수인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머리는 이전에 비해 다소 짧아진 채였다. 그는 어색한지 법정을 두리번거리곤 차분하게 걸어와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면을 응시했다. 특검이 공소사실을 읽자 빤히 바라보기도 했다.
박영수(65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이날 직접 공판에 참여했다. 박 특검이 공판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양재식(52ㆍ21기) 특검보와 윤석열(57ㆍ23기) 검사 등 7명이 박 특검을 도왔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55ㆍ16기), 문강배(57ㆍ16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10여명의 변호인단이 방어했다.
박 특검은 "지난 3개월 수사로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에 깊이 관여하며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최 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은 민간인 사익 추구와 정경유착이라는 두 가지 고리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은 삼성그룹 관련 뇌물 사건"이라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의 대가로 300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이른바 '정경유착 범죄'로 규정한 셈이다.
박 특검은 또 '삼성 특검'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특검이 수사한 건 삼성이 아니라 총수인 이 부회장과 그와 유착해 부패범죄를 저지른 최 씨, 대통령"이라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없는 삼성의 회계, 기업운영 등은 수사 안 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에 뼈아픈 상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힘으로 법치주의와 정의를 바로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