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은 5일 필리핀 수빅 조선소 1단계를 완공하면서 "이날을 기다려 왔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해외에 대형조선소를 불과 18개월만에 완공했다는 의의도 크겠지만 그동안 장소 협소로 인해 국내 조선 1번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없었던 한이 더 크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사실상 조선소로서 완벽하게 선박건조가 가능한 수빅조선소 1단계가 완공됐다며 앞으로 국내 조선 3사인 현대, 대우, 삼성에 버금가는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완성된 도크사이즈 연간 22만톤으로 내년 하반기 2단계(45만톤) 준공까지 이뤄진다면 70만톤까지 생산을 가능하게 된다. 기존 한진중공업의 영도 조선소 25만톤을 합하면 100만톤에 가까워진다.
조선 산업에서 순위를 매길때 선박을 어느 정도 수주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이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 요소는 조선소의 규모와 크레인의 크기다.
한진중공업이 조선 1번지라는 별칭을 사용하면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바로 협소한 영도조선소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빅조선소의 완공은 해외 진출보다는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는 한을 풀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한진중공업 김동진 상무는 "현재 영도 조선소 규모가 25만톤에 불과해 대형 선박을 수주하지 못했다"며 "수빅조선소의 완공으로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건조한 품질 그대로 '자신'
한진중공업은 내년 6월 수빅조선소에서 나올 첫 선박품질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선박 품질을 좌우하는데 인력이 가장 핵심이며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모두 끝내둔 상태라는 것.
특히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으로 진출하면서 부지와 임금 보다는 인력 양성 여부에 가장 중점을 뒀기 때문에 우수한 선박 품질이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
또한 한진중공업은 현지에 운영중인 교육훈련원을 통해 매년 300~500명씩 기술인력을 양성하며 조선업의 약점인 인력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현재 수빅조선소에서 근무중인 인력은 4000명이며 내년 2단계가 완성되면 1만8000명의 현지 인력이 작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진 상무는 "수빅조선소 진출여부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부분은 바로 인력 확보문제 였다"며 "현지 인력의 기술력은 영도조선소 인력의 약 80% 수준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경쟁력 'UP'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완공은 원가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2가지로 바로 원부자재(후판) 가격과 좋은 인력(임금)이다.
후판 가격은 모든 조선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인력 확보에 따른 임금은 가동적인 변수로 이를 낮추면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게 되는 것. 물론 품질이 동일하다는 조건하에서 말이다.
필리핀의 현지 인력에 대한 보수는 20만원 안팎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중국의 임금 80만원과 비교해 볼 때 4배 정도 싸다는 게 한진중공업의 설명이다.
또한 수빅조선소의 월 임대료는 1000만원에 불과해 국내 조선 경기가 하락 국면을 맞을 때에라도 필요경비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 역시 "현재 영업이익률은 초기 비용이 투입된 만큼 리스크가 있지만 내년에는 부산 영도조선소 보다 높을 것"이라며 "최소한 두자릿이상 기록하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기술 유출...'사전차단'
"고급설계 기술은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 유출은 있을 수 없다"
김동진 상무는 "전세계에 나이키 브랜드가 있지만 디자인은 미국에서 하듯이 한진중공업 역시 기술 본거지는 부산 영도가 되며 기술 유출도 아니고 수출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즉, 고급설계는 부산 영도에서 담당하며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의 하나의 생산기지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진중공업은 부산에 R&D센터를 설립, 핵심 고급설계를 담당하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필리핀은 중국과 달리 우리 경쟁국이 아니며 우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도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정철상 팀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필리핀 정부에서는 한진중공업에서 근무한 자는 5년 내에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들어 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