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흡연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담배업계는 갈수록 호황을 누리는 등 규제의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담뱃값이 수년간 꾸준히 오르면서 담배 판매는 줄었지만 담배업체들이 손에 쥐게 되는 순이익은 더 늘어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1~2016년 사이 미국에서 담배 판매는 37% 감소했지만, 담배 업체들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32% 증가한 93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담배 가격을 인상한 영향이다. 현재 미국에서 담배 가격은 1갑에 평균 6.42달러다. 2001년에는 3.73달러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글로벌 리서치는 미국 담배회사의 영업이익이 2006년 이후 77% 증가한 184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미국 담배시장에 대해 국가가 직접 독점 판매하고 가격을 관리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이윤이 많이 남는 시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20년 전만 해도 담배업체들의 이러한 호황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당국의 금연정책으로 애연가들은 금연하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흡연을 시도하는 비율이 점차 줄었기 때문. 이로 인한 매출 감소에 규제 강화 등 업계에는 악재가 산적해 있었다. 일부 주 정부에서는 담배업체를 상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사이 일부 업체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담배 업체들은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15년 전 미국시장에 7개의 메이저 담배업체가 있었지만 인수·합병(M&A) 열풍이 불면서 이제는 ‘말보로’ 제조사인 알트리아와 뉴포트 메이커인 레이놀즈아메리칸 2곳으로 압축됐다. 합병으로 운용 비용은 대폭 줄이고 가격 경쟁력은 높이면서 순이익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로 이어지게 된 것. 가격 경쟁력을 위해 출혈 경쟁이 가장 심했던 업계가 환골탈태한 것이다. 현재 이 두 업체는 미국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담배회사의 목을 조르던 당국의 규제는 이제는 오히려 이들 업체의 바람막이가 되고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담배의 니코틴 중독성을 놓고 미국 당국과 담배업체 간의 법적 공방이 치열했다. 특히 1994년 담배업계 경영진이 의회에서 니코틴의 중독성은 없다고 증언해놓고 이미 니코틴의 중독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97년 결국 담배업계는 미국 전역의 주 정부와 판매 및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흡연 관련 질병 치료와 비용 일부를 매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부담은 늘어났지만,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셈이다. 이 합의가 이뤄지고 25년간 담배 업계가 정부에 낸 돈만 206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로 미국 담배업체들은 새로운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반사효과를 누리게 됐다. 또 업체들은 흡연자에게 비용을 쉽게 전가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실제로 알트리아는 각 주에서 1갑당 69센트를 올리면 50개 주 정부와 합의한 흡연 관련 비용 액수와 같아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