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국민의 혈세인 R&D사업 출연금을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자부는 불성실 실패/중단사업 등 출연금 환수 대상에게 오히려 환수면제를 해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R&D 출연사업 중 9개 사업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 불성실 실패/중단 사업에 대한 출연금환수가 크게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의 ‘관리지침’에 따르면 출연금 횡령, 사업비 허위보고 등 ‘불성실 사유로 실패/중단’한 과제는 2등급으로 분류하여 전액 또는 일부 환수하고 있으며, 부도·폐업, 사업성 미흡 등 ‘성실 실패/중단’은 1등급으로 분류하여 전액 면제하고 있다.
먼저, 출연금환수 현황을 살펴보면 그동안 산자부는 산업기술평가원의 ‘기술혁신기업지원사업’ 등 9개 과제에 대해 ‘불성실 실패 또는 불성실 중단’ 등의 이유로 475억여 원을 회수결정했지만 실제로 회수된 출연금은 28.3%인 134억여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산기평이 전담하는 6개 과제의 경우, ‘불성실판정’으로 출연금환수를 명령받은 기업에게 폐업·부도 등의 이유로 전액 또는 일부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들에게 환수한 출연금은 128억여원인데 비해 면제해 준 출연금은 이보다 훨씬 많은 25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자부가 출연금 환수결정에 따른 ‘재산조사’ 결과 이들이 폐업·부도 등의 이유로 경제적 능력이 없음을 확인할 경우 부득이 1등급으로 전환하여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기평의 채권추심절차를 보면 개인회사의 경우 대표이사 개인만, 법인의 경우 법인소유 재산만 추심할 뿐 대표이사 관계인에 대해서는 1등급으로 전환하여 추심하지 않고 있어 재산은닉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나친 정부 규제는 자칫 연구·개발 분위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출연금 횡령이나 표절과 같이 죄질이 극히 나쁜 사례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 ‘도덕적 해이’를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는 “불성실하게 출연금을 사용한 기업주에게 철저한 조치보다는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내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개정돼야 한다”면서 “혈세로 운영되는 사업이 불성실하게 운영되어, 이에 따라 출연금환수를 결정하고도 실제로 환수규모가 이렇게 미진한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