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이 6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다른 주요 경제지표에도 온기가 돌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서 최우선에 위치한 일자리 창출이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선순환 구조를 최대한 빨리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동시에 G2(미국·중국) 리스크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의 국내외 리스크 역시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10일 정부와 주요 경제기관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수출에서 시작된 온기가 모든 지표로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중심의 경제선순환 구조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가계수입 증대→소비 활성화→기업 생산·설비투자 확대→제품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선순환 구조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다. 지금과 같은 수출 중심의 경제 온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일자리 창출이 함께 이뤄져야 경제선순환 구조가 빠르게 뿌리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트랙 일자리 정책 필요 =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 발생을 염두에 둔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81만 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민 안전과 치안, 복지를 위해 서비스하는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일자리 34만 개,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30만 개 등 총 81만 개의 일자리 공약이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부문과 함께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투트랙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수출에서 이어진 경제 훈풍은 G2 등과 같은 대외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한국 경제가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한 선제조건으로는 일자리 창출에서 시작된 경제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선순환 구조가 빠르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부문까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고, 경제민주화 정책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첫 단추는 일자리이다. 가계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소비 자체가 일어나기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기업의 생산과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회복 불능의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공공부문과 동시에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G2·가계부채 해법 모색 = 새 정부에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G2리스크와 가계부채 등의 국내외 위험 요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G2리스크와 가계부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전문가들이 제기한 문제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 정부에서는 미국발 리스크와 가계부채 문제는 어떤 사안보다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라며 “미국 리스크와 가계부채는 언제든지 한국 경제를 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분위기를 고려할 때 미국은 막 시작한 문재인 정부와 곧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20일 새롭게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는 줄기차게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했다.
미국발 금리인상 또한 한국 경제에 부담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오른 연 0.75∼1.00%로 결정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25%)와의 격차가 불과 0.25%포인트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앞으로 연준이 시장의 전망대로 0.25%포인트씩 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진다.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뿐만 아니라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13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도 어떤 식으로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은 노골적인 사드 경제보복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더 심화될 땐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에도 타격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