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서 단체로 나온 직원 몇 명이 반나절 동안 봉사활동을 한 후 점심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날 이후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그 직원들은 ‘봉사활동이란 임의 배정되어 진행하는 비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복지사 같은 전문가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인 것으로 알고 애써 외면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날 만큼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2014년 벚꽃이 만개한 봄날, 여승무원 8명이 나에게 찾아와 새로운 자원봉사활동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도움을 부탁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낭독녹음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회사가 위치한 지역 내(內)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관과 연계해서 매주 책 1권을 선정해 순번제로 돌아가며 도서를 녹음하고, 완성된 녹음본은 도서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 시각장애인들은 원하는 어느 때라도 대여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 정말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 평소 업무로 방송 연습이 생활화된 승무원들이 그 재능을 살려 스스로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입소문을 타고 늘어난 참여자에 평소 자녀를 위해 잠들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며 나름 자신감이 생긴 학부모 직원들까지 더해져 3년 전 8명으로 시작된 동아리 회원수는 현재 일반직 직원을 포함해 총 100명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 작은 규모의 점자도서관은 이미 우리 직원들만으로도 녹음 부스 사용이 빠듯해졌고, 그 참에 나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직원들이 더 편하고 쉽게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동용 녹음 부스 설치를 진행했다. 1평 남짓한 작은 녹음 부스를 보며 느꼈던 뿌듯함은 지금도 가슴 벅찬 기억이다.
‘자원봉사’란 글자 의미 그대로 직원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하는 활동에서 보람을 찾아 그 선의의 행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열정 가득한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배워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