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미국의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지난 2003년 이후 장기 상승세가 끝났다는 수퍼사이클 종결론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간 확장되던 신용이 역회전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물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저금리, 각 자산가격의 상승, 소비 확장, 이머징 부상이라는 선순환이 반대의 악순화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퍼 사이클이 종결되었다는 인식과 판단에 있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즉 미국의 부채 소비가 이머징 성장을 촉발하고 기여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은 독립적 요인에 의한 성장동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신영증권은 미국의 소비가 마이너스로 추락할 정도로 급감하면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은 부족하지만, 미국 소비가 리세션을 수반한 후퇴만 아니라면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의 성장이 충분히 완충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8월 이후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미국의 금융 불안에 따른 경계심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높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그에 비하면 상당히 둔감하다 싶을 정도로 의연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8월 이후 고점 대비 하락률은 중국 증시만 급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하락률이 클 뿐,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은 5% 미만의 하락률에 그리고 있고, 선진국도 미국, 일본에 비하면 독일 등은 상당히 견조해 과거와 다른 차별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2006년 5월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피크를 이룰 때 브릭스 증시가 거의 예외없이 20% 가깝게 하락했던 모습과 다르다"며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선진 증시에서는 낮은 밸류에이션이, 이머징 마켓에서는 투자 및 소비 사이클이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이후 증시에서 대선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분명 약해져 있어, 대선 이후에 증시가 과거 경험칙에 입각해 막연하게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신자유주의 및 글로벌화가 지배하는 국면에서는 새로운 리더쉽의 등장 여부가 증시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2002 년 이후 우리 경제는 이머징에 속하면서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을 이어왔는데 앞으로 이러한 저성장 국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의 업종별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증시 차원에서는 대선 이후 금융산업의 변화 여부가 관심 대상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은행산업의 구조개편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