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우버를 설립해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로 키운 트래비스 칼라닉이 결국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칼라닉 CEO는 우버의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전날 수시간 동안 퇴임하라는 압박을 받은 끝에 사임을 결정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우버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벤처캐피털 벤치마크의 빌 걸리 파트너를 포함해 주요 투자자 5명은 칼라닉에게 전날 오전 즉각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 빌 걸리는 우버 이사이기도 하다. 이들은 칼라닉이 시카고에 있는 동안 사임 요청을 정식으로 서신으로 작성해 전달했다. 이들 투자자가 보유한 우버 지분은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NYT가 입수한 서신은 제목이 ‘우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면’으로 돼 있으며 칼라닉이 즉시 회사를 떠나야 하며 우버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칼라닉은 이 서신을 받고 최소 우버 이사 한 명 이상과 상의했으며 일부 투자자와 오랜 논의 끝에 사임에 동의했다. 칼라닉은 우버 이사진에는 계속 남을 예정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칼라닉은 성명에서 “나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우버를 가장 사랑했다”며 “개인적인 삶에서 어려운 순간을 맞게 됐지만 우버가 또 다른 싸움에 흔들리는 대신 정상궤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옆으로 물러나 있으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버 이사회는 “칼라닉은 항상 우버가 먼저였다”며 “그가 CEO 직에서 물러나면서 우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전면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버는 연초 칼라닉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제 자문단 합류에 따른 ‘우버 앱 삭제’ 운동을 시작으로 회사 내부에 만연한 잘못된 기업문화 노출, 직원간의 성추행, 알파벳 자율주행차량 자회사 웨이모 기밀 유출에 따른 소송 등 온갖 파문에 휘말렸다. 결국 칼라닉은 지난주 무기한 휴직을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사실상 퇴출 수순으로 봤다.
칼라닉의 사임으로 우버는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게 됐다. 칼라닉은 여전히 우버 의결권의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또 우버가 칼라닉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에 의존해 성장했기 때문에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후보도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한편 투자자들은 서신에서 칼라닉의 즉각적인 사임 이외 현재 공석으로 있는 3개의 이사 자리 중 두 개를 진정한 사외이사로 채워넣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독 기능을 더욱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 칼라닉이 신임 CEO를 찾기 위한 위원회를 지원하고 경험이 풍부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즉시 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