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폭탄에 칼자루 뽑은 중국…글로벌 M&A 시장 냉각되나

입력 2017-06-23 09:08 수정 2017-06-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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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보험 우샤오후이 구류와 함께 대기업 조사 들어가…19차 당대회 앞두고 안정에 최우선 순위

중국 부채 폭탄의 뇌관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가운데 마침내 당국이 칼자루를 뽑았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시중 은행들에 민간 대기업 5곳에 제공한 대출과 보증 관련한 시스템적 리스크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22일(현지시간) 뒤늦게 밝혀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다롄완다그룹과 푸싱인터내셔널 하이난항공그룹(HNA) 안방보험 저장로소네리 등은 최근 수년간 전례가 없는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M&A) 열풍을 주도했던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부터 유명 리조트 클럽메드,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 독일 도이체방크 지분 10%, 우리나라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기업들을 사냥해왔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들 중 로소네리를 제외한 4곳이 실시한 해외 M&A 규모는 지난 5년간 무려 56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했다. 이런 광풍에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225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게 됐다. 로소네리는 지난 4월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AC밀란을 8억 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모은 기업이다.

그러나 표적이 된 이들 5개 기업은 막대한 차입과 불투명한 경영을 통한 사세 확장에만 주력하고 중국의 금융안정성을 뒤흔들면서 당국의 여러 차례 직간접적인 경고를 무시한 끝에 결국 분노를 사게 됐다는 평가다.

은감회가 은행들에 지시한 시점이 6일이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로 정부·공산당과의 ‘관시(關係)’를 과시했던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당국에 구류 조사를 받기 시작한 때와 맞물려 있기 때문. 이는 중국 정부가 이미 이달 초부터 기업들에 철퇴를 내릴 준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가 칼자리를 뽑은 배경에는 좀처럼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부채 급증세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57%로, 신흥국 평균인 184%를 훨씬 웃돌았다. 2007년에는 비율이 15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10년 만에 부채 규모가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올 가을 5년마다 치러지는 최대 정치행사인 ‘공산당 전국대회(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제외한 당 지도부 거의 대부분이 교체될 예정이기에 정부는 올해 정책 최우선순위가 정치와 경제 안정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와중에도 멈추지 않는 기업들의 흥청망청 M&A 열기에 제동을 걸 필요를 느낀 것이다.

예를 들어 안방보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가문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려다 철회해 현지에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는 당국의 비위를 거슬리기에 충분했다. 푸싱의 궈광창 회장은 우샤오후위에 앞서 이미 지난 2015년 당국의 조사를 받기 위해 잠시 사라진 적이 있는 등 이미 미운 털이 한 번 박힌 상태다. AC밀란을 사들인 로소네리도 자금 출처와 기업 지배구조 등이 불투명해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올해 글로벌 M&A 시장도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6.1%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 증가율이 44.1%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당국이 새롭게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투자 위축 추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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