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손실충당제도를 비롯해 벤처투자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비생산적인 환경을 개선해 신규투자 3조 원, 운영자산 30조 원 시대에 걸맞는 투자시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용성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27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캐피털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호황을 거듭하고 있는 시기에 굳건한 시스템과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 및 제도 정비를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협회장이 말한 벤처투자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우선손실충당제를 비롯해 벤처투자 관련 법령 통합문제, 인력수급 문제, 회수시장 활성화 문제 등이다. 벤처투자업계가 최근 최고치를 경신하며 비약적인 확장을 이어왔지만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장일훈 벤처캐피탈협회 경영지원팀장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장 팀장은 “과거 벤처캐피털 제도 도입 시부터 시행돼온 우선손실충당제도가 정책 개선을 거치면서 의무를 명문화한 조항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관행적으로 운영돼왔다”고 말했다.
우선손실충당제도는 GP(운용사)가 조합을 운영하면서 손실이 났을 경우 특정 금액을 GP가 사전적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손실 부분에 대해 LP(출자자)가 출자 지분율대로 부담하는 제도다. 창업지원법 제정 당시 벤처투자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민간 출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후 2000년 창업법 개정을 거치면서 정부와 GP에 대한 우선손실충당제 조항이 삭제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손실충당제는 현실에서 앵커LP(가장 큰 금액을 부담하는 출자자)가 조합을 선정할 때 가산점 기준 등으로 작용하면서 관행적으로 존속해왔다.
장 팀장은 특히 ‘빅3’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이러한 관행을 주도적으로 유지시켜온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합결성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을 지닌 기관투자가의 요구에 따라서 우선손실충당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빅3가 출자한 조합의 경우 전체 132개 조합 중 63.6%인 84개 조합이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장 팀장은 “지난해 말 실질적으로 운영중인 조합 486개 중 GP에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고 있는 조합은 238개 조합, 전체의 49%에 달한다”면서 “창업법령상 GP 최소출자한도가 조합결성액의 1%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손실충당의 관행화로 조합결성액에서 차지하는 GP 출자액이 12%에 달하며 우선손실충당 비중은 자본금의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본시장법(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도 원칙적으로 공모 투자조합 등에 대해 GP의 우선손실충당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창투사에 대한 우선손실충당 및 이에 따른 과도한 출자 요구는 창투사의 투자여력을 감소시키고 신규 투자조합 결성을 위축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LP에게 제도의 문제점을 알리고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성 협회장은 “GDP대비 벤처투자 규모가 미국의 3분의 1, 중국의 절반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우선손실충당제도와 같이 벤처캐피털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제도를 먼저 손질해야 한다”며 “자본시장법에 손실과 성과에 대해서 공정한 배분을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창업지원법에도 향후 이런 기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