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도 징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이 징조가 좋은 징조일지, 나쁜 징조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하나의 징조인 것은 분명하다. 바로 숫자 뒤에 가려진 코스닥 상장사들의 투자 감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법인의 타 법인 주식 취득공시는 총 18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코스피 지수가 2400을 터치하며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숫자는 인수·합병(M&A)도 활발하며, 주가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보는 것도 문제없다는 긍정론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숫자에 가려진 코스닥 시장의 현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온도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올해까지 코스닥 상장사가 다른 법인의 주식을 취득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감소한 2조1207억 원이다.
반면 타 법인의 주식으로 처분한 규모는 전년 대비 136.1%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투자는 줄이고, 처분은 늘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회사의 지분을 처분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많다는 말이다. 통상 상장사들은 재무구조 개선, 투자재원 마련, 투자금 회수 등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타 법인 지분을 처분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바이오 기업의 매물이 눈에 띄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신약 개발 비용이 투입되는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매각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상황은 기업별로 신용등급의 편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 등급 방향성을 보여주는 등급전망(Outlook)은 ‘부정적(Negative)’이 ‘긍정적(Positive)’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급락한 조선업체와 일부 건설업체는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서는 LS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등급하향 및 등급전망 조정을 받았다. LS네트웍스가 이베스트투자증권 지분 매각 잠정 중단 여파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다. E1은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전력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떨어진 민자발전사(동두천드림파워), 시장 지위 및 영업 실적이 약화된 외국계 금융사(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자산건전성 우려 또는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반영된 증권업체(동부증권, SK증권)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부정적’ 등급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주가지수 2000포인트는 실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비추어 볼 때 저평가라는 주장을 펴왔다. 정치권과 일부 여론, 반기업 정서 등의 요인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된 상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우려스럽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기본으로 하는 시장이지만, 매도자가 늘어나고 있고 자금이 편중되는 현상은 그냥 넘길 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