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대장이 공관에서 근무하는 병사에게 부당한 처사는 물론 소위 ‘갑질’까지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내용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군 검찰이 전직 공관병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뉴스를 들으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수조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검찰에서 하는 수사의 한 방식”이라는 답을 한다. 뭔가 일반 방식과는 다른 특별한 방식의 조사를 뜻하는 말일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 구체적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뉴스에 며칠 동안 오르내리고 있는 단어인데도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 채 뭔가 좀 다른 방식의 조사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한자를 가르치지 않은 탓에 단어의 뜻을 얼추 알고 대강 쓰는 언어 생활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개선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전수조사는 한자로 ‘全數調査’라고 쓴다. ‘온전 전’, ‘숫자 수’, ‘고를 조’, ‘조사할 사’로, 전체 숫자를 다 조사한다는 뜻이다. 일부만 표본으로 가려서 조사하는 것을 ‘표본조사’라고 하는 데 대해 가려 뽑지 않고 전체를 다 조사하는 것이 바로 전수조사인 것이다. 한자만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인데, 한자를 모르는 탓에 그저 ‘수사의 한 방식’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수조사라는 말 자체에도 문제는 있다. 우리는 ‘모두(all)’에 대한 한자 단어로 ‘전체’를 사용한다. 전수조사라는 단어 외에 다른 곳에서 ‘모두’라는 개념을 전수(全數)라고 표현하는 예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전수조사’는 ‘전체조사’라고 바꿔 사용하는 게 맞다. 전수조사는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어이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