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 패소하자 주가도 출렁였다. 당장 올해 3분기 1조 원 규모의 충당급 적립으로 적자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6년간 지속된 통상임금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주가의 단기 반등이 가능할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31일 오전 12시 32분 현재 기아차는 전일 대비 3.40%(1250원) 내린 3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차는 이날 전일 대비 0.27% 하락한 3만6650원에 개장했다. 오전 10시 1심 선고를 앞두고 전일대비 0.13% 오른 3만7400원까지 올랐지만, 사측 패소 판결 후 내리막을 걸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아차 근로자들은 2011년 10월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수당,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 원, 지연이자 1097억 원 등 총 4223억 원을 인정했다. 이는 노조측이 청구한 1조926억 원의 38.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기아차 측은 노조 측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가 기아차에 지급을 명령한 4223억 원을 기준으로 볼 때, 기아차가 이번 통상임금으로 부담할 비용은 1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당초 2011년 2만7458명의 기아차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청구한 2008년 8월~2011년 10월(3년) 임금 소급 청구액은 69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 가운데 절반 이하인 3000억여 원의 소급 임금과 지연 이자를 더해 4223억 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비율을 2014년 10월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통해 주장한 2011년 10월~2014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 약 1조1000억 원 등에 적용하면, 퇴직금 가산액 등을 합쳐 당초 최대 3조 원으로 추정됐던 기아차 부담액은 1조 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법원의 인정금액이 줄었지만 기아차 측은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측은 “회사 부담액이 1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3분기 적자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판결 시점(3분기)부터 이 예상비용을 충당금 형태로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판결이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차 통상임금 판결에서 사측이 패소하며 1조 원 전후의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일시적으로 충격이 있겠지만,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점진적인 주가 반등의 계가가 될 수 있다”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통상임금과 관련해 이미 1조 원의 비용 발생을 가정해 목표주가(4만5000원)에 반영하고 있다”며 “장기간 소송으로 통상임금 관련 비용의 일부가 선반영될 시간이 있었고, 오히려 불활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주가는 단기에 반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통상임금 불확실성 해소에도 펀더멘털 우려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6년간 지속돼 온 통상임금 소송이 선고되며 불활실성은 축소됐다”며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재고 부담, 중국의 사드 이슈로 인한 출하 부진, 멕시코 가동률 회복 지연과 같은 부정적인 펀더멘털 이슈가 지속돼 주가의 상승 탄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