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의 낙원으로 불리던 미얀마 시장이 신차 시장의 낙원으로 진화하려는 징조가 눈에 띈다. 중고차와 신차 간 가격차가 줄어들고, 중산층이 늘어나는 게 그 배경으로 꼽힌다고 8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안리뷰가 보도했다.
일본의 대외무역기구(NYMAC)에 따르면 미얀마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의 90%가량은 일본산 중고차다. 2014년과 2015년에 일본 중고차 수입 1위 국가는 미얀마였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 미얀마는 경제 제재로 미국과 유럽 등 거래를 할 수 없었다. 2012년 자동차 수입 규제가 완화돼 일본산 중고차량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미얀마는 중고차 시장의 파라다이스가 됐다.
그런데 작년 11월 미얀마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운전석이 오른쪽에 달린 중고차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해당 규정은 올해 1월부터 적용됐는데, 이 규제 때문에 미얀마의 중고차 가격은 급등했다. 특히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본산 중고차가 타격을 받았다. 지난 1월 양곤의 한 중고차 대리점에서 중고차 가격은 한 달 사이 10~20%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자 그 틈을 신차 시장이 파고들었다.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 수입업체인 사쿠라무역센터는 작년 12월 24일 양곤에 매장을 열었다.
사쿠라무역센터의 흐테이 아웅 회장은 “미얀마에서 중고 시장은 더는 성장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내년에 미얀마 신차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 7월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있는 포드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포드 공장에는 미얀마의 캐피탈다이아몬드스타그룹이 조인트벤처로 참여해 1000만 달러(약 113억7500만 원)를 투입했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6000대이지만 자동화를 통해 3만~4만 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전망했다. 일본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스즈키모터도 지난 1월부터 미얀마에서 소형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스즈키모터는 미얀마 현지에서 연간 2700대를 생산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연간 생산량은 1만 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즈키모터의 스기야마 다카유키 미얀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미얀마 현지 생산의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동차공급협회의 마이스 피크 대표는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는 미얀마에 들어왔다”며 “올해는 일본, 유럽연합(EU), 한국, 미국 등 브랜드가 모두 시장에 진출해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하기에 매우 적합한 해”라고 말했다. 작년에 미얀마에서 판매된 신차는 약 4000대다. 올해는 75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피스 대표는 이를 능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얀마의 신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미얀마의 신차 시장은 연간 판매량이 수십만 대에 이르는 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가했다. 점차 증가하는 도시 중산층도 신차 산업에 기대감을 불어넣는 요소다. 미얀마의 자동차 보급 수준은 1000명당 7명에 불과해 중산층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자동차 보급률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얀마의 신차 시장이 전망만큼 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프라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도요타의 미얀마 지사 대표는 “미얀마는 우선 농촌에 운송 트럭을 보급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신차와의 가격 차이가 여전하다는 점과 부품 공금 업체의 부족도 난제로 꼽힌다. 미얀마에서 신차 가격은 중고차보다 50~200% 비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또 미얀마에서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해줄 업체가 적어 부품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