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를 내고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이 최근 5년간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흑자액에서 이월결손금 등을 다 떼고 소득이 남아 과세대상에 포함되고도 각종 공제·감면 혜택을 입어 법인세를 전부 면제받은 기업이 1만2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이 29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신고법인 64만5061개 가운데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은 기업은 30만4939개로 전체의 47.3%에 달한다.
흑자를 내고도 법인세를 부담하지 않은 기업은 7만5619곳으로 나타났다. 전체 법인세 신고법인의 11.7% 규모다. 벌어들인 총수입에서 비용 등을 빼고 남은 소득에, 당해 연도 이전에 생긴 이월결손금 및 비과세소득, 소득공제를 차감하고 나서 과세표준이 0원이 된 기업이 많은 탓이다.
이렇듯 소득이 분명히 있는데도 부담세액이 없는 기업 수는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2년 5만4061개에서 2013년 5만8145개, 2014년 6만3815개, 2015년 6만8362개, 2016년에는 7만5619개였다. 2012년에는 전체 법인의 11.2%였지만, 2016년에는 11.7%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 기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R&D 세액공제나 U턴 기업 세액 감면, 외국인 투자 감면처럼 오롯이 세액 감면·공제 혜택만으로 법인세를 전액 돌려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 과세표준이 잡히는데도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은 기업은 2012년 9498개, 2013년 1만257개, 2014년 1만1015개, 2015년 1만1895개 그리고 지난해 1만2882개로 증가했다.
원인은 최저한세율 적용이 배제되는 공제·감면제도에 있다. 과표가 0원을 초과하면 1000억 원 초과 시 14%, 100억~1000억 원 11%, 100억 원 이하 10%, 중소기업은 일괄 7% 등 최저한세율을 적용받아야 하지만, 17개에 달하는 공제·감면제도가 최저한세율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다.
이종구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율을 올리기에 앞서 각종 공제·감면제도 등 왜곡된 법인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돈 쓸 생각만 하지 말고, 넓은 세원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득이 있는 기업이라면 조금이라도 법인세를 부담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