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꿈꾸는 미래가 다가온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의 발달로 관련 기기들이 대중화하면서 버스와 전철,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순간이동’을 해 회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VR·AR가 집과 사무실의 경계를 붕괴시킬 날이 머지않았다.
VR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월 갤럭시 S8과 S8+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2017년형 기어 360과 기어VR를 선보이면서 VR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오큘러스는 지난해 10월 오큘러스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소셜 VR 서비스 ‘오큘러스 파티’와 ‘오큘러스 룸’ 서비스를 내놨다. 오큘러스 파티와 오큘러스 룸은 가상 공간에서 음성채팅이나 친구(아바타)를 초대해 게임이나 영상 감상을 함께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두 VR 체험을 통해 다른 물리적 공간에 있는 VR 이용자와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VR 기술은 체험 공유를 넘어 직장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인터랙티브 3D 테크놀로지 팀이 개발 중인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은 원거리에 있는 사람과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교류할 수 있게 해준다. 홀로포테이션은 3D 카메라를 이용해 방 안에 있는 피사체를 캡처 후 이를 3D 이미지로 변환해 다른 장소에 빔을 쏘아 홀로그램으로 실시간 구현하는 방식이다. 홀로렌즈 안경을 쓰면 홀로그램이 실제 모습과 똑같이 복사돼 사람이 직접 장소에 가지 않아도 현장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해진다.
미국 IT 전문잡지 패스트컴퍼니는 “홀로포테이션과 같은 VR 기술로 향후에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실제 회의실에서 만나 토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VR를 이용한 자택근무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VR를 이용한 가상 화이트보드 기술도 있다. VR로 불러낸 가상 회의실에서 참가자 모두 하나의 화이트보드에 회의와 관련된 메모를 쓴다. VR 안경을 쓴 사람은 화이트보드에 쓰인 회의 내용이나 타인이 작성한 노트를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참가할 수 있어 재택근무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 중 하나로 차후 브레인스토밍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시중에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을 이용한 가상 화이트보드 애플리케이션이 나와 있지만, 아직 완벽한 VR 화이트보드라고 불리기 어렵다는 게 업계 측의 평가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생들은 VR 사용자를 위한 로봇 도라(DORA)를 만들었다. 도라는 VR 이용자가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으로 사용자의 목 움직임에 맞춰 움직임이 가능하다. 도라에 설치된 카메라는 주변의 3차원 시야를 구현해내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밈 IT 전문 칼럼니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도라에 대해 “미래의 원격 근무를 경험했으며 이는 순간이동과 매우 흡사하다”고 했다.
VR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뜨겁다. 8월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교육청은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코엑스(COEX)에서 ‘2017 이러닝 코리아’를 개최했다. 이러닝 코리아 기업관에서는 국내외 AR·VR 등 최신 기술과 제품을 시연하기도 했다.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7’도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5일 동안 상암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렸다. KVRF 2017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가 주관한 행사다. 이 행사는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을 VR로 체험할 수 있어 관람객의 VR와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