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투자로 지은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낮추기 위해 최대 48%까지 고금리로 조달하고 있는 후순위 대출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6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민간투자 고속도로 대부분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후순위대출을 하고 있는데, 20% 이상의 금리는 심한 것 같다”며 “이를 낮추고 후순위대출도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16개 민간투자 고속도로 운영사가 지출한 총이자 비용은 4조8684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고속도로 운영사가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로부터 고금리로 후순위 대출을 받은 것이다.
후순위 대출은 돈을 빌린 기업 등이 파산했을 때 일반 대출보다 채무변제 순위에서 후순위에 있는 대출을 말한다. 변제 순위가 밀리는 대신 일반 대출 등에 비해 금리가 높다. 민간투자 고속도로 운영사는 당초 운영계획에는 포함하지 않고 이후에 후순위 대출을 받는 꼼수로 논란을 피해 왔다.
과도한 통행료로 최근 정부가 통행료 인하에 나선 서울외곽고속도로의 경우 후순위채 발행 금리가 최대 48%에 달한다. 대구부산고속도로도 40%, 천안논산고속도로가 20%로 높은 편이다.
서울외곽고속도로는 20~48%의 금리로 투자자에게 대출을 받아 원금 3491억 원보다 많은 5622억 원을 이자로 냈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투자자인 맥쿼리인프라에서 1823억 원, 사학연금 617억 원, 국민은행 598억 원 등 3038억 원을 6~20% 금리의 후순위 대출로 빌렸다. 지난해 지급한 이자 규모는 5038억 원으로 이미 대출 원금보다 많다.
국토부는 운영사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꾸도록 하는 협약변경 요구권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고 사업 재구조화, 관리운영 기간 연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통행료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6월에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통행료를 인하할 계획이다. 이어 천안논산고속도로도 통행료 인하를 추진할 전망이다. 국토부와 운영사 모두 통행료 경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