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등 은행권이 전례 없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직원 1인당 영업수익’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기준 직원 1인당 달성한 평균 영업수익은 15억6801만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억0448만 원보다 약 2억6000만 원이나 급증했다. 모바일·비(非)대면 금융거래가 대중화되면서 인력 감축과 이자수익 확대 중심의 영업전략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KEB하나은행의 은행원 1인당 영업수익은 23억5828만 원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은행 14억8711만 원 △우리은행 14억2219만 원 △국민은행 10억44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많게는 5억 원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대표적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경우, 직원 1인당 각각 2억2466만 원과 4816만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금융업과 제조업은 각각의 특수성이 있지만 생산성을 단순 비교하면 최대 50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점포 수·인력 감축 비용↓·이익↑ =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3분기 누적 기준, 2011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냈다. 이들의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조4289억 원이다. 이미 3분기까지 벌어들인 이익이 지난해 전체 이익을 뛰어넘는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은행 전체의 당기순이익을 12조9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이 전년보다 6~11% 정도씩 증가해 이자이익이 커진데다 점포 수와 인력감축을 통해 비용을 줄인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희망퇴직은 1인당 영업수익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인력 구조조정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최근 1년동안 2270명이나 줄였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1만5194명에서 1만3923명으로 감소했다. 점포수는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 지점이 가장 많이 축소됐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개의 점포가 줄었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57개의 점포가 폐쇄됐다.
◇인력감축, 은행원 업무부담 증가 = 지난 5월 국민은행 노사는 대규모 인력감축 뒤 발생한 초과노동으로 갈등을 빚었다. 당시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는 “(사측의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전국 영업점당 1~2명의 결원이 생긴 상황”이라며 “인력충원 없이 남은 직원들이 업무공백을 나눠 메우는 상황이라 조합원들의 노동시간이 지난해보다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력·점포수 축소는 남은 은행원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은행원들은 실적 압박과 감정노동 강도가 세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휴가자 1명이 생겨도 힘든데 올 초에 한 점포당 1~3명 정도 인원이 빠졌다”며 “고객들도 영업점에 방문했을 때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그 스트레스를 직원들에게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에 따라 다르지만 대놓고 개인별·팀별 목표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는 간접적으로 인사고과에도 반영돼 성과급까지 맞물릴 수 있는 부분이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