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 경쟁에 정부가 단호한 대처를 보이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대해 예상보다 강하게 시행되는 정부의 제재 조치에 대해 놀라는 눈치다.
무엇보다 재건축 수주전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2차례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건설사가 나타나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지난달 23일 롯데건설은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의혹으로 주택사업본부에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그로부터 17일 후인 이달 9일에도 동일한 혐의로 롯데건설 본사에 2차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라는 반포주공1단지의 수주전에서 나타난 과잉 경쟁에서 비롯됐다. 이 단지의 조합원에게 7000만 원의 이사비를 무상 지급하겠다는 현대건설의 공약이 과도한 금품 향응이라는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당시 논란이 확산되자 조합 측이 이사비 지원을 거절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 일을 계기로 국토부는 지난달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과도한 경쟁을 막는 대책을 발표했다. 시공과 관련없는 이사비·이주비·초과이익 부담금 등을 건설사가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어길 시 시공권 박탈 등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가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그간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인해 시공사가 제공하는 혜택에 대한 재건축 조합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제재 조치와 조합의 높은 요구 사이에 낀 건설사들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두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의 혐의와는 무관하지만 롯데건설은 한신4지구와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초과이익환수금을 대납해 주겠다고 나섰다가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대우건설은 과천주공 7-1단지에서 재건축 조합의 높은 수준의 요구에 대응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곳 조합 측은 미분양 발생 시 일반분양에서의 수익금 저하를 시공사 측에서 감당해 주는 ‘미분양 대물변제조건’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의 수용 여부에 대해서 대우건설 관계자는 “논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대물변제조건’ 자체가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에 제재되는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눈이 높아진 재건축 조합들을 만족시키면서도 동시에 당국의 제재를 피하려면 앞으로도 이처럼 규제를 피해서 조합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혜택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전에서 특정 단지에서의 타사가 제공하는 향응을 다른 단지에서는 우리 회사에서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알고도 눈감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요즘 같은 때에는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