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규제 완화 기대감에 호가 올리고 매물 회수
매수자 ‘실질적 혜택’ 있기 전까지 “좀 더 지켜보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용적률 상향 조정, 세제 완화 등 부동산 제도 개편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의 매도·매수자 간 호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가 강남 일대 주요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와 매도호가를 조사한 결과,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5000만원까지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강북지역 기준으로 전용면적 85㎡가 3억에서 4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 가격차다.
이는 새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거래 활성화 등의 ‘친 시장주의’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선 시장 안정 후 규제 완화’ 방침을 추가로 발표해 거래 타이밍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매도자는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회수하고 있는 반면 매수자는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거래가와 호가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올해로 입주 2년 차를 맞이하는 도곡동 렉슬 142㎡(43평형)의 경우 최근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23억원으로 가격차가 무려 3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102㎡(31평형) 기준으로 9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매물은 10억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그간 용적률 규제로 재건축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었으나 대선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한 달 새 호가가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
호가 격차가 커지자 매수자들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대치동 E중개업소 관계자는 “법제 개편 이후, 다시 말해 실질적인 혜택이 있기 전까지는 매입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아 거래가 어렵다”며 “규제 완화가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매수자들은 가격 상승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도세 완화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유리한 시점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해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압구정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간혹 나오는 매물도 시세에 비해 호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면서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는 매수자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갈아타기 수요가 많다는 점도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경우 매도자이면서 동시에 매수자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이때 기존 주택은 높은 가격에 처분하려는 반면 신규 주택은 낮은 가격에 취득하려는 경우가 많아 호가 공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 기존 아파트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신규 분양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어 규제 완화 기대감이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 기존 아파트를 급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매수자들의 입장이다.
참여정부 이래 총 12번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수요보다 실거주자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급하게 처분하려는 매도자도 없다. 매수자 역시 계속되는 대출 규제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어 거래를 망설이고 있다. 대선 전이나 지금이나 고가 아파트 매입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것이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진 상황 속에 규제 완화 정책이 거래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새 정부 입장에서도 규제 완화가 시장 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당초 계획된 것 보다 규제 완화의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 또한 적지 않아 매도, 매수자 모두 거래를 중단한 채 향후 정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안정의 제도적 장치를 시행한 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확실 시 되고 있어 상반기 내에 본격적인 가격 상승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4월 총선 이후 구체적인 향방이 정해질 가능성이 커 봄 이사철을 전후로 현재보다 매물과 거래빈도는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