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입방아에 오른 기업이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평화롭게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이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두 얼굴의 소비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 2월 미국의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노드스트롬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이방카 트럼프’ 제품을 더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비난하고 나선 탓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노드스트롬이 내 딸 이방카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논란을 빚은 노드스트롬의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을 우려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메이시스를 포함한 백화점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노드스트롬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2분기(2017년 4~6월) 노드스트롬의 온라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도 시장 전문가들 예상을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경제컨설팅 회사 EMSI의 제이 요크 수석 마케팅 전문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취하는 태도는 확실히 이분법적이다”라고 진단했다. ‘슬랙티비즘(Slacktivism)’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슬랙티비즘은 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슬래커(Slacker)와 행동주의(Activism)를 합한 말로 온라인에서 목청을 높이는 사람이 현실에서는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뜻한다. 요크 전문가는 “이 때문에 기업은 여론의 반응을 모니터링 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캐나다의 기업 브랜드 연구소 인게이지먼트랩스는 종종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반응을 읽는 도구로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여론은 친구나 가족 간 사적인 대화와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의 브래드 프레이 수석 연구원은 “온라인 여론이 오프라인과 같다고 가정하면 위험하다”며 “소비자들은 매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른 방향을 택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부정적인 의견, 혹은 과장된 의견이 주목을 받기 쉬운 탓에 현실보다 더 극단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엘리사 모세 신경 과학 담당 부분 연구원은 “SNS는 어떤 문제가 나타날 때 초기 반응을 감지하는 데는 유용하다”며 “다만 그 반응이 오프라인과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5년 전 여성 앵커 앤 커리가 NBC를 떠난 뒤 그가 진행했던 ‘투데이쇼’를 보지 않겠다고 SNS에 선언했지만 나는 며칠 안가 다시 투데이쇼를 시청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수년간 투데이쇼를 시청하면서 나도 모르게 충성심이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모세 연구원은 “노드스트롬이 SNS에서 논란을 빚었음에도 소비자들이 굳건한 충성심을 보였던 것도 충성심의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비도위츠앤어소시에이츠의 하워드 다비도위츠 회장도 “노드스트롬은 매우 충실한 고객층을 갖고 있었고, 이는 말도 안 되는 사회적 논란보다 더 단단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치킨·샌드위치 전문점 칙펠레도 노드스트롬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12년 칙펠레의 댄 캐이시 최고경영자(CEO)는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손가락질을 받았다. 당시 SNS상에서는 칙펠레를 불매해야 한다는 운동이 일었다. 그러나 그 해 칙펠레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46억 달러(약 5조140억 원)를 기록했다. EMSI의 요크 마케팅 전문가는 “캐이시 CEO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그것이 곧 불매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예를 유념해 어떤 브랜드를 성공하게 하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형성되는 공론을 모두를 추적하는 게 중요하며 전체 그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