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방콕과 호떡

입력 2017-12-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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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세상에는 우연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말들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은어(隱語)’나 ‘속어(俗語)’는 더더욱 예기치 않은 우연이 계기가 되어 생겨난다. 은어는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끼리만 사용하는 말이고, 속어는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유행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전적 의미의 은어도 속어도 아닌데 어쨌든 사회에 통용되면서 너나없이 사용하는 말을 일러 유행어라고 부른다.

벌써 10년도 넘은 것 같다. 우리 사회에는 일종의 문자 유희인 ‘방콕’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금년 휴가는 어디로 가나?” “방콕에나 다녀와야겠어.” “그래? 해외로 나가는구나. 좋겠다!” “아냐, 방에 콕 처박혀 지내겠다는 뜻이야.” 방콕, 지금은 참 썰렁한 개그이지만 당시에는 크게 유행한 속어였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이 ‘방콕’이 외부 출입을 꺼려 제 방에만 콕 처박혀 있음으로써 거의 폐인의 지경에 이르는 사람을 칭할 때 사용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방콕보다 더 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 ‘호떡’이라고 한다. 왜일까?

잘 알다시피 호떡은 설탕을 소로 사용하는 중국씩 떡으로, 번철이나 프라이팬 위에 놓고 지지면서 한 번씩 뒤집으면서 구워 만든다. 한 번씩 뒤집어주지 않으면 타버려서 먹을 수가 없다. 폐인처럼 방에만 콕 처박혀 지내는 사람은 주변의 지인들이 가끔 찾아가서 마치 호떡을 한 번씩 뒤집으며 굽듯이 그 사람의 정신을 한 번씩 뒤집어줌으로써 의식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뜻에서 이런 사람을 ‘호떡’이라고 칭한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힘들게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방콕’도 ‘호떡’도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그들이 밝게 살 수 있도록 이웃이 서로 도와야 할 것이다. 내 이웃이 밝을 때 나도 밝을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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