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과거 퇴직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꾼 형태다. 퇴직금 제도는 기업이 도산했을 때의 위험, 은퇴로 쓰여야 할 재원을 기업의 이익에 맞춰 중간 정산하는 관행, 1년 이내 퇴직 시 지급되지 않는 문제 등을 개선하고자 퇴직연금 제도로 전환됐다. 이는 다양한 펀드 군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엄브렐러형으로 개인연금 중 ‘변액연금’과 흡사한 구조다. 기존 퇴직금 제도처럼 회사가 원금을 보장하고 운영하는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 본인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회사의 종속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이 있다.
최근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등 다양한 급여형태로 인해 DB형과 DC형 중 어떤 부분을 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근로자가 많아졌다. 이에 대해 투자교육전문회사 Meister Holdings의 안주열 대표는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을 지급보증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에서, 반면 외국계 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주로 DC형을 선택해왔다. 얼핏 들어보면 회사가 퇴직금을 보전한다는 것이 안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다. DC형은 매년 12분의 1의 적립금을 100% 사외적립하게 되어 있다. 운용사인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관리한다. 회사가 도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DB형은 60%까지만 사외 적립하게 되어 있어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액을 보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요즘처럼 기업의 수명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DC형을 선택하고 투자방식을 전액 금리, 채권형으로 운용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고 전했다.
대다수의 근로자는 안정성을 이유로 DB형을 택하는데 반대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안 대표는 “DB형은 회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운용에 있어서 대단히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정해진 퇴직연금 재원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률을 따져보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DC형을 택하면 본인이 직접 운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렇다고 전부 금리형으로 두자니 수익률이 아쉽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DC형을 택하면 운용사에서 매년 교육을 해야 한다. 실제로 합리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기본적인 간접투자(펀드)의 구조와 투자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교육하는 곳이 거의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DB형은 과거 퇴직금의 구조처럼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회사의 연봉상승률이 높고 정년이 보장되다시피 하는 소수의 대기업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으나 요즘 그런 기업이 몇이나 될까. 다시 말하지만 기업자체의 존속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DC형을 택하고 임금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간접투자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다. 성장주, 가치주, 배당주, 인덱스 펀드, 채권형 펀드 등의 기본 개념과 글로벌 분산투자, 장기투자 등의 원칙을 배워야 한다. 이는 퇴직연금을 떠나 개인의 자산관리에서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