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선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하 경방)을 혁신성장과 일자리에 맞췄다. 특히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혁신을 저해하는 분야별 기득권 문제를 해소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김 부총리는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우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노력하면서 2014년 이후 처음 3%대 성장을 시현하게 됐고,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를 계획대로 끌어올리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올해 성과를 평가했다.
이어 “내년 경방은 크게 혁신성장과 일자리, 중장기 위험요인 적극 대처 등 3가지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장기적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등인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커다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방의 핵심인 혁신성장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과의 일화를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전략회의 당시 대통령이 ‘각 정부마다 15년 이상 규제개혁을 추진했는데 도대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셨다”며 “이에 ‘공무원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규정에 따르는 게 올바른 것이고 우리 경제와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많이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조금 넓고 높게 보면 그렇지 않은 게 많다. 규제의 30% 이상은 법규의 개정 없이 담당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해석해도 풀 수 있는 것들”이라며 “반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위험요인에 대한 감사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규제라고 하는 것들은, 규제 생태계로 인해 형성된 보상체계가 있다”면서 “결국 기득권이 있기 마련인데 규제 개선을 한다는 것은 지금의 보상체계를 바꾸는, 기존 기득권의 변화를 말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금보다 기능성이 뛰어난 군복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는데 못하는 이유도 기존 기득권의 문제라는 국방부 설명을 일례로 들었다.
김 부총리는 “규제를 깨기 위해서는 규제로 형성된 기득권의 카르텔을 깨는 것으로 대부분 연결된다. 그래서 잘 안 되는 게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규제를 깨기 위해) 이번 경방에서 법을 고치는 건 힘들기 때문에 고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 한다”며 “법 아래 있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또 적극적 해석을 위해 (공무원의) 일하는 방법이나 감사를 어떻게 고칠지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상체계, 기득권을 깨게끔 하기 위해서는 이슈로 공론화돼 많은 국민이 ‘저 문제가 저렇게 얽힌 거구나’ 알아야 된다”면서 “기재부부터 할 수 있는 규제개혁에 솔선수범하자고 얘기했다. 경제부처, 경제 관련 규제만큼은 먼저 가시적 성과를 내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과세 방안에 대해서는 “세제실을 중심으로 민간합동 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했다”며 “과세를 하면 어떻게 할까 여러 사례를 보고 있고, 많은 나라들이 양도소득세 쪽으로 과세하고 있다고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주요국 사례를 보며 과연 세원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방안(마련)을 시작했다”며 “가상화폐가 투기 부작용 등 문제점도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 새로운 산업혁명, 혁신대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부처 간 지속 협의하며 정리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유럽연합(EU)의 조세분야 비협조지역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 EU 측과 협의 중”이라며 “아주 빠르면 내년 1월 중에도 리스트에서 빠질 수 있다. 서로 간 입장을 주고받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지정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