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군사·경제 강국 미국이 에너지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셰일 생산량 증가와 연안 시추 규제 완화로 에너지 초강대국에 등극할 전망이다.
석유시장 구조가 변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와 함께 미국을 세계 최고 에너지 생산국으로 꼽을 날이 머지않았다. 마틴 프라엔켈 S&P글로벌플라츠 회장은 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이 2020년 세계 10대 석유 수출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미국은 2020년 중반까지 세계 최대의 액화 천연가스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셰일 혁명’이 일면서 미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미국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수출국으로의 전환도 예상된다. IEA는 미국이 2020년대 말에는 석유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하락을 우려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조치가 미국의 셰일 생산을 부추겼다. OPEC이 주도하는 감산으로 유가가 안정되면서 미국이 셰일 생산량을 빠르게 증가시킬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타마스 바르가 PVM원유협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석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OPEC과 미국 셰일 생산자 간의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세계 석유 공급 과잉을 막으려는 OPEC과 러시아는 올해 말까지 감산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공급 조절로 가격을 높이려는 OPEC과 셰일 생산량을 늘리는 미국의 신경전이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의 석유 생산 증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본토 연안 수역의 약 90%를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 작업을 위해 개방하는 에너지 개발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미 내무부가 관리하는 대륙붕 26개 지역 중 알래스카 일부를 제외한 25곳을 2019년부터 5년 동안 원유·천연가스 회사에 임대할 계획이다. 내무부 관계자는 47건의 임대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94% 해역의 개발을 금지한다. 2010년 영국 석유업체 BP의 시추시설 폭발로 발생한 멕시코만 석유유출 사고 이후 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이번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전 정권의 흔적 지우기이자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실현으로 풀이된다. 라이언 징크 내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우리는 강한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이며 에너지 최강대국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확실히 그럴 자산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책이 “미국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중요하다”면서 에너지 조달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에릭 밀리토 미국 석유협회 이사는 “미국의 모든 해안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능력은 미국의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경제 성장과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책은 발표되자마자 플로리다와 메릴랜드,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일부 주와 민주당, 환경단체의 반대에 직면했다. 공화당 소속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플로리다의 천연자원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환경 보호를 위해 올해 17억 달러(약 1조8074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64개 환경단체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새 정책은 석유회사를 향한 수치스러운 공짜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시추를 막기 위해 모든 법적 도구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새 정책의 시행까지 18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