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가 파산(디폴트)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 5월 만기도래 하는 5억 달러 규모 해외채권 역시 롤오버(Roll-Over·만기연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8일 광물자원공사와 채권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내 ‘한국광물자원공사법’이 국회에 재상장돼 통과될 것으로 봤다.
앞서 구랍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광물자원공사의 자본금을 기존 2조 원에서 3조 원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찬성 44대 반대 102로 부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광물자원공사가 파산위기에 몰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명박(MB)정부 시절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5조 원의 손실을 입었고 부채비율이 2007년 103%에서 2015년 6900%로 급상승하는 등 자본잠식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점을 적극 설명했다.
이제욱 광물자원공사 자금팀장은 이 자리에서 “법 개정 부분은 (정부가) 매년 자본금을 1000억 원에서 3000억 원 사이로 납입해 왔다. 자본금 2조 원 중 올해 남은 금액이 117억 원에 불과해 여당 의원의 발의로 법 개정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법 개정이 무산되는 등 최악의 경우) 해외사업의 보유주식을 담보로 3000억 원에서 5000억원 가량을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의원입법이나 정부발의가 통상 3개월 내지 6개월이 걸린다. 이에 따라 당장 5월 만기 예정인 5억 달러 규모 해외채권과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500억 원 가량의 원화채권에 대한 롤오버 문제는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이 팀장은 “만기도래 하는 해외채권 중 코리안페이퍼(KP)물을 제외하면 순수 외국인 인수 해외채는 3억 달러가 좀 넘는다. 현재 정부와 함께 롤오버를 검토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롤오버 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경우 10bp(1bp=0.01%포인트)에서 15bp 정도 추가로 금리를 제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 기준 정부 신용등급보다 두 단계 낮은 A+와 A1 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어 “올해 만기도래하는 국내채권은 2500억 원 규모로 대부분 기업어음(CP)이다. 소액으로 CP발행을 통해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현대차투자증권 크레딧채권 연구원도 “추가 지원 없이도 정부가 채권을 보증한다고 한 채권”이라며 “공사채 발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떻게든 상환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광물자원공사가 파산할 경우 그 여파가 공기업 전체는 물론 국가 신용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MB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크레딧채권 연구원은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무불이행 됐을 때 다른 공사들이나 정부의 글로벌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정부 여당에서도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광물자원공사도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으로 봤다. 박진영 연구원은 “자산매각 진행 등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욱 팀장도 “정부 TF의 작업이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사업성 검토후 정부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해 정부 TF의 결정 여부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법 개정안 부결과 파산가능성 제기에도 불구하고 광물자원공사의 공사채 흐름엔 큰 변화가 없다. 과거 유사한 전례도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