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정부가 이를 뒤늦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자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에 이투데이는 정무위 소속인 민병두 의원(59)을 16일 만나 가상화폐 대책, 차명계좌 등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민 의원은 가상화폐 정체에 대해 “가상통화를 상품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은 이미 파생상품으로 인정한 경우가 있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 존재하는 화폐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도박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며 “주고받고, 사고파는 행위가 상품인 것은 분명하지 않으냐. 다만 정부가 해줘야 할 것이 ‘시큐러티(Security)’ 즉 보완이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가상화폐를 산업적 측면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가 해야 할 대책으로는 해킹 문제가 안 되도록 담보하고, 거래소를 등급화하거나 발행 분량을 등급에 따라 제한해 거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발행되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정규적인 리포트를 제시하고, 반대급부를 누가 거래했는지 실명화해 세금을 걷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비자카드 가맹점처럼 비트코인 거래 가맹점을 신설해 실제로 상거래에서 운용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형 가상화폐가 많이 보급될수록 블록체인을 통해 유통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만큼 경제적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한국형 화폐로 ‘BTS(비티에스)코인’을 한 예로 들었다. BTS코인은 최근 10대 사이에서 인기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붙인 코인으로, 민 의원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한류 문화를 통해 한국형 화폐가 산업적 측면으로 국정 화폐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 문화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이를 이용해 BTS 코인, 가수 싸이 코인과 같은 한국형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가맹점이 많으면 산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 디지털 음원이나 한류 드라마를 볼 때 인터넷으로 이 코인들로 구매하기 시작하면 국정 화폐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대응이 ‘부처 간 엇박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접근 관점의 문제”라고 정리했다. 민 의원은 “금융당국은 ‘중앙은행이 발생하는 질서를 흩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고, 사법당국은 ‘유사 수신 사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차원”이라면서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인정하고 산업적 측면에서 등급화된 거래소와 실명제 거래를 취하면 가상화폐의 상품 변동성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등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단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4조4000억 원대 차명 자산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빼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금융실명법의 그늘이 드러났다. 더 나아가 TF는 2008년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에서 찾아낸 차명계좌 외 추가로 계좌가 더 발견된 것을 확인했다.
민 의원은 지금까지의 민주당 TF 성과로 “우선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있는 재산이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원칙을 세운 것”이라며 “추가로 파악된 차명계좌는 실제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힌 것이 큰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08년 이 회장이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하고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는 한편 사회공헌에 힘쓰겠다고 한 약속이 되살아났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차명 거래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2014년에 일명 차명거래 금지법으로 금융실명제법을 21년 만에 개정, 차명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되 예외는 허용됐다”면서 “그런데 산악회, 동창회, 세뱃돈 통장 등 예외가 많아지면서 국민도 이해하기 힘들고, 법적 안정성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래 차명 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의제로 두려 했었는데 논란 끝에 증여추정으로 놓았다”며 “이렇게 되면 본인 것인지 아닌지를 다툴 수밖에 없어 불완전 입법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 법 개정안이 발효되는 데까지 1년의 여유가 있었지만, 주식 등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서 “이 회장 차명계좌 건은 어떤 재벌도 과세 정의(正義)를 벗어날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히 한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또 “재벌 개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정부와 같은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상거래 유통 질서를 잡겠다고 시장에 시그널을 보냈다”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크기 위해선 불법을 쌓아 올리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서도 청문회도 많이 하고 규제도 강하게 가한다”면서 “시장주의자라면 시장 질서를 유배하는 것을 차단해 반독점을 막고 경쟁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