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어 달쏭사] 비색(翡色)

입력 2018-01-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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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청자’를 글자대로 풀이하면 ‘고려시대에 제작한 푸른 사기 그릇’이다. 그런데 고려청자의 색깔을 거론할 때는 ‘푸른색’ 대신 으레 ‘비색(翡色)’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비색(翡色)’이란 과연 어떤 색일까?

 ‘翡’는 ‘물총새 비’ 혹은 ‘비취 비’라고 훈독한다. 날개 혹은 날개가 있는 새를 통칭하는 글자인 ‘羽(깃털 우)’에서 뜻을 따고 ‘非(아닐 비)’에서 발음을 따서 두 글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물총새의 등 깃털 색은 오묘한 푸른빛이다. 아름답다. 옥 가운데도 그와 흡사한 색을 띤 것이 있다. 바로 비취이다.

 그래서 ‘翡’는 ‘비취 비’라고도 훈독한다. 고려청자가 비색을 띠고 있다는 말은 바로 물총새의 깃털이나 비취의 색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매우 아름다운 색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 고심 끝에 찾아낸 글자라는 생각이 든다.

 고려청자의 색깔을 처음으로 ‘翡色’이라는 말로 표현한 사람은 서긍(徐兢)이다. 서긍은 중국 송나라 때 문신으로 1123년(고려 인종 1년)에 사신으로 고려에 들어와 1개월간 머물렀는데 귀국 후,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40권을 지어 고려의 실정을 송나라에 소개하였다. 서긍이 이 ‘고려도경’에서 고려청자의 색깔을 처음으로 ‘翡色’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송나라에도 청자가 흔하게 있었으니 중국의 청자처럼 그냥 청색이라고 했어도 될 텐데 고려청자의 색깔에 얼마나 경도되었으면 특별히 “고려인들은 그 색을 ‘翡色’이라고 한다”고 전했을까? 그런 청자를 일본이 조선을 병탄한 후 수도 없이 약탈해 갔다. 그 청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반환해 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기가 쉽지 않다면 일본에 놓아둔 채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깊이 연구를 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가 더 깊이 연구했느냐에 따라 더 많이 연구한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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