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의 열풍 속에 많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이 코인(가상화폐의 약칭)을 모집하는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에 뛰어들고 있다. 투자금 모집이 쉽고, 책임에도 자유롭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자금 사용에 대한 제약이나 구속력이 없어 사기의 온상이 돼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타트업-투자자 간 직접 연결 = ICO는 벤처기업이 초기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달러(USD)나 유로화, 원화 등을 받지 않고 코인으로 모금을 하는 것을 말한다.
법정화폐가 쓰이지 않아 비교적 법적 제약이 약한 것이 특징이다. ICO를 추진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자금 모집 방식인 셈이다. 법적 제약이 느슨해 개발 기업의 윤리성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선 엔젤투자자들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위험 요소 극복 방안에 대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ICO에선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를 받고, 권리도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미국과 싱가포르가 ICO에 엄격한 증권법을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권리가 명시되지 않은 기부금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럴 경우 투자자의 권리 주장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ICO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ICO를 추진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은 ICO가 불법이 아닌 스위스 주크시나 영국령 지브롤터에 법인을 설립하고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이더리움, ICO 열풍 도화선 = 이더리움은 ICO로 많은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코인인 동시에 ICO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플랫폼으로 통한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비트코인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코어개발자들에게 ‘스마트 컨트랙트(자동이행 계약)’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거절당하면서 ICO를 기획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2014년 ICO를 통해 3만 비트코인 모집에 성공하게 된다.이더리움이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2015년 7월부터 ICO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더리움에는 쉽고 간편하게 자금을 모집하게 하는 토큰모집(ERC20)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이 기술을 이용해 자금을 모집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ICO가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까지 나온 1400여 개 코인 중 약 400개 이상이 이더리움 토큰 기술로 ICO를 진행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ICO 홍수에 투자자 피해 우려 = ICO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이 ICO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는 점과, 기업의 의무 이행에 대한 강제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1400개가 넘는 코인들 중 대부분이 기술 발전 실패, 경영자 간 불협화음 등을 이유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테조스는 지난해 5월 2억3200만 달러를 조달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운영을 담당하는 스위스 재단과 개발진 사이 알력 다툼이 원인이었다. 테조스 분쟁은 가상화폐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ICO를 빙자한 사기가 만연하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한 업계 관계자는 “ICO에 참여하기 위해선 주요 개발자들과 기술을 공개한 자료(백서)를 꼼꼼히 체크하고 전문가들이 낸 평가서를 참고해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