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방중에 이어 1년 9개월 만에 재개한 한중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중국과의 고위급 경제협력 채널을 사실상 대부분 되살렸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과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경제 보복 개선 합의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경제협력 기반을 다지는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사드 갈등으로 전방위 경제 보복을 가한 중국을 다시 대화테이블에 앉힌 성과다.
정부는 2일 중국 베이징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서 15차 한중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양국 간 교류·협력 채널 회복에 합의했다. 또 △신북방·신남방-일대일로 연계 △제3국 공동진출 △산업·투자분야 협력 등에 뜻을 모았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 부처는 중국의 관계부처와 별도의 회의를 통해 국빈방중 정상회담 후속조치와 협력과제를 논의했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개발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여유국, 농림축산식품부와 중국의 농업부·질검총국,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발개위 동북진흥사가 각각 짝을 이뤘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분야 협상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제기술교류협의회(비즈니스포럼)를 열어 양국 기업 간 교류의 장을 만들 예정이다. 비즈니스포럼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논의한 산업·투자 분야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차기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의 최대 성과로 각 부처의 실무급 협의채널을 복구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동안 사드를 문제 삼아 2년 가까이 토라졌던 중국을 달래 협력의 자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회담에 들어간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원래 각 부처마다 채널이 있었지만 대부분 끊겼었다”며 “채널이 단절돼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중국의 여러 경제부처 중 최고 수석부처인 발개위와 기재부가 물꼬를 텄고 다른 부처들도 협력 채널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채널 복원 외에 합의를 도출했다는 신북방·신남방-일대일로 연계나 산업·투자 분야 협력 등의 내용은 성과라고 알리기조차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구체성이나 확실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사드 보복이 없었다는 중국이 언제든 이해관계에 따라 태도를 돌변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애로점을 중국 측에 직접 전달했다. 내용은 롯데마트 정리와 롯데월드타워 공사 중단,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단체관광 재개, 금융기관 인·허가 문제 등이다.
중국은 이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겠다며 상호 진출기업의 활동 여건을 개선하자는 선에서 동의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사드를 금기어로 입 밖에 내지 않았으나 중국 측이 소리 없이 해제하는 방향으로 사드 경제보복을 모두 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우리 기업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면서 “다만 앞으로 (사드 보복 조치가) 해제된다고 해도 소리 없이 해제하지 (발표 등 외부적으로는) 절대 안 한다”고 전했다.